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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냉전에 대해 갖고 있는 관심으로 인해, 이 책을 읽고 개디스의 책을 더 읽어보려 했다. 하지만 일단은 그러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디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냉전이 내가 생각했던 실제의 냉전과는 꽤나 달랐던 탓이다. 정확하게는, 미국 입장에서 중요한 것들을 바라보며 미국이 그 적과 나머지 외부를 어떻게 맞서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과, 어떤 한 주체 없이 전체적으로 판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히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베스터는 후자에 가깝다.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냉전이라 함은 미국과 소련이라는 초강대국이 서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세계라는 판 위에서 뜨겁지는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신경전을 벌이던 시대일 테다. 제국주의 시절과는 분리된, 핵무기라는 공동의 위협이 불길하게 모두의 머리를 공평하게 노리고 있는 괴상한 형태의 전쟁. 허나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 베스터가 보기에 냉전은, 백인의 짐으로 대표되는 제국주의자의 사상을 미국식(자유)과 소련식(정의)로 바꿔 재차 진행된 두 국가의 제국주의 확장 전쟁에 가깝다.
이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베스터는 앞의 두 장을 각각 미국과 소련의 이데올로기를 서술하는 데에 할애한다. 그 기원과 국가의 발전 과정에서 어떻게 미국의 자유와 소련의 정의가 생겨났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냉전이라 일컫는 시기 이전부터 발현되었었는지, 그렇기에 이것이 냉전 시기에만 국한되는 특수한 것이 아닌지를 이야기한다. 그런 다음에야, 이 두 사상을 갖고 세계로 뛰어드는 미국과 소련의 저의를 이야기한다.
제목 <냉전의 지구사>가 암시하듯, 이 책의 내용은 유럽보다는 제3세계에서 있었던 갈등을 주로 조명한다. 독일이나 폴란드 등의 국가에서 있었던 일들은 굳이 언급하지도 않는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냉전이 어떻게 제국주의 시절의 연장선상에 있었는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일 테다. 국가의 소수 엘리트들이 두 국가의 이념에 경도되어 더 발전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이 땅에서 실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완전히 무시한, 수입된 국가를 그대로 세우고자 하고, 그 과정에서 나머지 다수를 극단적으로 탄압하며 국가를 이후 꾸려나갈 수 있을 원천 자원을 전부 소모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발로 수입된 국가상에서 가장 탄압하던 그 국가만의 특성, 극단적인 민족성 따위에 다수의 국민들이 주목하게 된다. 원래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것을 말이다.
사실 내게 <냉전의 세계사>가 보여준 세계는 조금 다른 식으로 보였다. 무턱대고 신생 기업들에 지원금을 약속하는 탓에 거창하기만 하고 실속은 전혀 없는 계획서로 엄청난 돈을 타낸 벤쳐들의 버블 시대다. 그래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 출범한 뒤로 또 이것들이 무너지지 못하도록 어마어마한 투자를 연속해서 해야만 했던 정부들. 그러다보니 개개인에게 일반적인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이런 부패했지만 투자는 많이 들어오는 기업에 어떻게 빨대를 꽂고 단물을 빨아먹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제3세계에 여전히 남아 있는 비극들은, 이 무책임한 벤쳐 기획자들과 무의미한 투자로 국가의 뿌리를 완전히 썩혀버린 정부들의 책임이 크다.
나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인데, 좋은 책 소개 ㄱㅅ
시각이 꽤 다르다면 비교를 위해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