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시사철 기본상의 기본하의에 조합만 바꿔입는 극 패션 무관심종자라 평소에 온갖 패션 브랜드들 옷 종류들 꿰고 다니는 사람들이나 그 옷이 그 옷 같은데 엄청 차이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패션 유튜버들이 늘 신기헸는데


오늘 새 책 주문해서 온거 박스 열고 펼쳐서 새 책 냄새를 맡았거든? 나는 당연한 의식처럼 냄새 맡고 아 책 냄새 좋네~ 이랬더니 동생(인싸)이 나보고 변태같다고 책냄새가 좋고 안좋고가 어딨냐고 그러는거야

그래서 깨달음

패션 브랜드를 줄줄 꿰고 옷장에 옷이 수 없이 많으면서도 입을 옷 없다고 하는 애들과 온갖 출판사와 출판사별 특징을 알고 있고 동네 도서관에 가면 수많은 책이 있지만 정작 읽을 책이 없다고 느끼는 나랑 관심사만 다를 뿐 똑같다는걸..

그 사람들이 옷장에 갖고 있는 수십벌의 옷이나 내 책장의 수백권의 옷이나 들인 돈은 비슷하다는 걸.. 나는 누가 비싼 옷 사면 저 돈이면 책이 몇 권이야 이래 생각하는데 그 사람들은 왜 책에 돈 쓰지 라고 생각하겠지?

내가 옷가게에 가면 그 옷이 그옷 같고 뭐가 어울리는지 모르겠어서 적당히 골라 사와서 맨날 주변 사람들한테 그 옷 어디서 얼마주고 사왔냐고 놀림받으면서도, 근래 한국문학계 표지디자인의 경향과 동서문화사 및 민음사의 표지미학, 서체와 종이의 질감 제본의 종류 판형에는 엄격한 판단 기준을 갖고 있다는게..

그걸 깨닫고 나니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를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독붕이들의 시선이 패션고자를 바라보는 인싸들의 시선과 똑같은거구나 라고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