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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 때린다는 표현이 이 책만큼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한치 앞을 알 수가 없다. 때로는 작가가 다음 단락에 있을 일을 미리 스포일러하기도 하고, 평행우주라는 빌미로 상식적으로 예상하기 힘든 일들이 연거푸 일어나기도 한다. 지구는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보고인들에 의해 폭발했으며, 애덤스의 손길이 마지막으로 닿은 5권의 끄트머리에서는 평행 세계의 지구마저도 똑같이 폭발해버렸다. 한 로봇은 밑도 끝도 없는 우울함을 선천적으로 타고났으며, 다른 한 로봇은 근거 없는 무한정한 행복감을 후천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애덤스는 진정한 의미의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없는 우주를 창조해냈다.

 

 

 직전에 읽었던 『우리들』 역시 호불호가 갈릴 만한 문체를 지니고 있지만, 더글러스 애덤스의 이 작품이 내뿜어내는 호불호에 비할 바는 아니다. 편견 속의 영국식 조크에 완벽히 부합하는 그의 스타일은 아서 덴트와 포드 프리펙트의 행적을 매우 신랄하고 장황하게 표현했다. 몇십 년 동안 읽기라는 행위 자체를 즐겨왔던 숙련된 독서가들도 쉽게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한 그의 장황함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과거에 어느 한 말더듬이가 일시적으로 반토막을 내버린 빨간 바다처럼 독자들을 정확히 두 부류로 나누어버렸다. 애덤스의 글을 아주 좋아하는 나머지 아서 덴트의 일거수일투족, 특히 펜처치와 공중에서 한 행위에 사족을 못 쓰는 사람들과, 애덤스의 글을 너무나도 싫어하는 나머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권을 지구가 멸망하는 불상사가 다섯 번은 연거푸 일어나더라도 눈에 전혀 띄지 않을 만한 곳에 처박아버린 사람들로.

 

 

 애덤스는 당초 히치하이커 시리즈6권으로 완결하려했지만,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인해 본인이 고대하던 마지막 권의 집필을 시리즈의 팬이자 능력 있는 소설가인 이오인 콜퍼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콜퍼는 앞선 작품들에서 곁다리처럼 등장한 여러 용어들과 대단치 않은 조연들을 자신의 작품에 다시 참여시키는 것으로 자신이 이 시리즈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으나, 그가 성공적으로 배턴을 이어받았느냐에 대해서는 다소의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그 호불호 갈리는 문체를 어설프게나마 잇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기존의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에게는 그와 시리즈의 최종권이 아무래도 성에 안찰 수밖에 없었다. 농담이 아니라, 6권의 아무 페이지만 펼쳐도 알 수 있다. 신랄함과 시니컬함은 온데간데없이, 익숙함만이 당신을 반겨준다. 애덤스의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진작 시리즈에서 하차했기 때문에, 콜퍼의 애덤스와는 궤를 달리하는 다소 평범한 스타일을 반겨줄 사람은 적어도 시리즈의 5권까지 무탈하게 도달한 독자들 중에서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콜퍼의 시리즈의 명맥을 잇기 위한 노력은 십분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한편으로는 애덤스의 6권을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 독자들의 마음 한구석을 헛헛하게만 한다. 애덤스의 히치하이커 시리즈는 매우 산발적이고 시답잖은 사건이 비연속적으로 일어나면서도 아서 덴트가 죽음을 연거푸 안겨준 불운한 존재인 아그라작같은 확실한 복선은 전부 그럴듯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42‘로 대표되는, 아직 풀리지 않은 복선들을 그가 어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애덤스의 글은 분명 불친절하고, 젠체하는 구석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것들을 덮고도 남을만한 매력이 있었다. 애덤스는 그의 기상천외한 세계관 안에서는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는 작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