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료한 훈련소는 독서가 자유롭게 가능했다. 막사의 복도엔 세 개의 책장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이따금 그 가득 찬 책장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기도 했다. 세면세족을 마친 그날 저녁, 유난히 뚜렷한 구름 사이로 붉은 노을이 지던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두 눈을 의심했고, 그다음엔 희열로 가득 찼다.

나는 82년생 김지영을 손에 집어들고 생활관에 돌아왔다.

생활관 내에서 유일한 여갓거리는 독서였다. 장기적인 재미는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한 책을 두고 얕은 다툼, 장난은 항상 이루어졌다. 이는 투철한 독서가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우리의 손엔 핸드폰이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침대에 앉아 습관처럼 책 중간을 폈다.

그 찰나의 시간이라도 충분히 가치 있던 독서였다. 몇몇 도서는 단 몇 줄을 읽는 것만으로도 삶을 아낄 수 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동기 두 명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 두 명은 언제나처럼 소설책 하나를 두고 싸우고 있었다. 책의 이름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었다. 나는 그 상황을 유심히 보았다. 나는 두 동기에게 다가가 82년생 김지영을 건넸다. 나는 두 동기가 사회에 있었을 때 책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명성은 익숙하지만, 내용은 알지 못했다. 한 동기가 책을 집어들고, 다른 동기가 책을 뺏는다. 팔로 감싸고, 힘을 주고. 오른손, 왼손, 몸의 뒤, 옷의 안, 다시 힘을 주고... 82년생 김지영을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싸웠다. 나는 처음 이 분 간 웃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숙였다. 입대한 이후로 생겨난 묘한 비현실감이 심해졌다.

나는 82년생 김지영을 차지한 승리자를 보았다. 동기는 기대감에 차 웃고 있었다.

나는 동기의 미소를 보고 책을 불태우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놀랍게도 실화였고, 수료날까지 82년생 김지영은 생활관을 떠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