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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동서양 합일이니 자아정체성 문제니 하는 비평만 보고 읽어봤는데
사실은 근현대 터키의 정치역사적 상황을 풍자한 것이었네
소설속 [호자]라는 인물은 17세기 인간이지만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오늘날 터키 세속주의자들의 모습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
유럽의 기술과 과학을 동경하면서 그 토양이 되는 합리적 사고와 철학은 무시
자신의 어두운 과거(아르메니아 학살 등)를 좀처럼 직면하지 않으려함
터키의 앞날을 걱정하고 구하려 노력했으나 결국은 실패함
나중에는 유럽인과 터키인 사이에서 정체성을 상실
파묵이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는 언급하기도 싫은 X신이고 세속주의자들은 그나마 좀 낫긴한데
자기 역사도 제대로 직면하지 못하는 X신들이 많아서 정체성을 잃고 도망가거나 폭군으로 변신하거나 둘중하나가 될거라는 예언으로
터키의 이슬람 원리주의자, 세속주의자 양쪽 정치 세력을 다 싸잡아서 비판한 것임.
이런 민감한 책을 썼으니 파묵이 타국에서 유랑생활하는것도 당연하고 솔직히 아직 멀쩡히 무사한게 신기함
무엇보다 1979년 나온 소설의 결말 부분이 요즘 터키 정치상황을 그대로 예언했다는게 소름돋음
지금 에르도안이 독재하면서 이슬람으로 점점 퇴행하는게 소설 그대로임
그런데 문학 좋아하며 비평하는 애들이 보통 역사나 세계 정세에는 전혀 관심없나 인터넷에는 이 책에 대해 다들 그냥 헛소리만 가득하네
이 세속주의적 개혁이라는 주제가 '현대' 터키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문제인 거지 글 자체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맞다고 보는데......
그저 과거에 대한 이야기라면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자아찾기 행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지. 파묵은 터키가 과도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서 과거 어두운 역사를 솔직하게 객관적으로 직면하는 것이 자아와 제정신을 찾는 해결책이라고 보는 듯함
한 번 다시 읽어보겠음
어쨌든 세속주의와 이슬람의 대립은 터키에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니까 케말 파샤 이후 터키 정치사에 대해 파악하고 읽어보면 책의 문장 하나하나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보일지도
다시 읽어봤는데 그래도 여전히...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이야기 같음 (물론 사회 개혁도 얽히는 이야기니 완전히 다른 이야기는 아니라 생각하지만) 지속적으로 '나'에게 자신의 사고가 옳은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물어보려는 태도가 보통 그 내면화된 동양의 머시기 하는 이야기랑 너무 비슷해서...
오 개노잼으로 봐서 걍 팔아치웠는데 이렇게 읽음 재밌을거같은데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