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가르마
정철훈
낮에는 보험회사 직원
밤에는 글 쓰는 고독한 작가
사진 속 카프카의 머리 가르마는
내가 보는 시선에서 왼쪽과 오른쪽이
2대 8로 단정히 나뉘어 있다
보험회사 직원이 2라면
작가가 8일 거라는 생각
밥벌이와 영혼의 관철이 2대 8일 거라는
생각의 연장이 카프카의 사진이다
쓰고 싶은 욕망은 밥벌이에 비해
네 배는 더 무게가 나간다는 등식이 카프카의 가르마다
카프카는 고독한 불면의 밤을 지새면서
여러번 타오르고 사그라들었을 것이다
문장을 불살랐다가 다시 소생시키는 거대한 불을 만났을 것이다
카프카의 밤은 격리되어 있었다
그 긴 밤의 어느 순간에 상처가 터져버린 것이다
밤이나마 밥벌이를 잊을 면죄부를 주는 건 불의 제의다
내 안에서도 불이 일어나 모든 상념을 태워버리길
영혼의 궁핍을 깨닫기까지
밤이여, 새지 말기를
- 시집 <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에서, 2010 -
- 그로테스크한 그의 등장은 그로테스크한 그레고르 잠자의 변신만큼 혁명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는 행복했을까.
생계수단으로써의 보험회사 직원과 영혼의 갈망으로써의 작가 생활 사이에서,
아마도 그는 문학을 사모하는 지금의 우리처럼 방황했을 것이다.
짧은 그의 삶 속에서, 그가 우리에게 끼친 정신의 혁명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런 삶이 진정, '짧고 굵은' 방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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