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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 팬으로서 감히 4대 장편을 안 읽어봤다는 게 한이였는데 오늘 드디어 끝냈다. 악령은 16살 때 날 고전에 입문시켜준 소중한 소설이고 죄와 벌, 카라마조프를 고딩 때 읽었는데 학식이 되고서야 드디어 백치를 읽네

내가 이 소설을 미룬 이유 중 하나가 도끼 관련 글 읽을 때 결말을 스포당한 것도 있고(그것 땜에 흥미가 많이 떨어졌음) 멜빌,쿤데라,나보코프 등의 다른 작가들을 탐독한 것도 있었다(다만 그 동안 악령을 다시 읽어봤음)

도끼가 카라마조프 이전 집필했던 장편 소설 중 널리 알려져있는 세 권(죄와 벌, 백치, 악령) 중 백치는 다른 두 권에 비해 중반의 재미가 조금 별로였음. 죄와 벌이 초반부터 후반까지 긴장감 있는 전개로 빨려들게 하고, 악령이 초반 스테판에 서술로 인한 지루함을 후반에 연달아 터지는 사건들의 전개로 황홀함을 맛보게 한다면 백치는 초반부에 미쉬킨의 순수함과 다른 등장인물들의 희극성이 나스타시야가 로고진과 함께 파티를 떠나는 부분부터 조금 지루해졌음. 그나마 레베제프와 이볼긴 장군이 웃겨서 쉴 생각은 안 했음. 그러다가 아글라야와 나스타시야의 신경전부터 다시 집중하면서 보다가 결말까지 도달했다

미쉬킨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다만 그의 선함이 다른 등장인물에게 미치지 못한 게 정말 마음 아프다. <악령>의 세계처럼 광인과 위선자들만 모여있는 곳과 다르게 니콜라이나 베라처럼 그를 아껴주는 사람들도 몇몇 있다는게 위안이긴 해도 돈과 권력에 영혼을 기꺼이 파는 사람들이 널려있다는게 사실이니까

악역의 부재도 좀 아쉬운게 죄와 벌의 스비드리가일로프나 악령의 표트르, 카라마조프의 스메르쟈코프와 달리 로고진이나 이뽈리뜨는 압도적인 캐릭터성이 부족한 느낌이였음.

그래도 전체적으로 만족한 소설이였다. 이제 카라마조프는 언제 재독할까 똘이 전평이랑 안카도 봐야하는데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