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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eading&no=312694&s_type=search_subject_memo&s_keyword=%EC%9A%A5%EA%B8%B0&page=1

이 글에 대한 반론이었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eading&no=312897&s_type=search_subject_memo&s_keyword=%EC%9A%A5%EA%B8%B0&page=1

이 글에 대한 재반론으로 쓴 것임. 





원전에 대한 (그저 오래 되었을 뿐인) 해석을 근거로

새로운 해석을 반박하는 건 전형적인 권위에 호소하는 텅 빈 오류임.


종교 경전은 그 종교가 가르치는 메시지의 맥락 속에서 해석되어야 함.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코란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 했던 것은

척박한 중동의 환경 속에서 인간과 먹이를 공유하는 돼지를 기르는 행위가

당대에도 존재했던 빈민의 먹을 것마저 빼앗는 비도덕적인 행위이자,

돼지 고기 속에 많이 들어있을 수 밖에 없는 지방 성분은

건조하고 무더운 중동의 날씨 속에서도 쉽게 부패할 수 있어 먹는 이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이었음.


여성의 얼굴과 몸을 가리라, 라고 했던 것도 마찬가지.

아직 통일 국가를 세우지 못하고 서로 다른 신을 섬기는 부족들이 야만적으로 갈등하던 당대의 중동사회에서

얼굴을 드러낸 여성은 많은 경우 약탈과 강간의 피해자이자 부족 간의 전쟁의 빌미가 되었기 때문임.



이슬람의 역사 속에서 이런 교리 해석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님.

하지만 종교 권력과 정치 권력을 한 손에 그러쥐길 원했던 부류들은

신의 메시지를 순수하게 지켜내야 한다는 핑계로

코란의 의미와 맥락을 살피는 방향의 개혁적 해석을 모두 금기시했음.


이견, 새로운 해석, 신이 준 이성과 양심을 무시하고

사실 생각을 전할 뿐인 문자 자체에 대한 숭배와 도착에 빠진 인간들의 어리석음임.


이처럼 새로운 해석을 금기시하는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지난 반 세기 동안 중동에서 확인한 그 모습 그대로임.



성서에 등장하는 신의 모습은 진화하고 변하는 신임.

아담의 신은 세계와 존재를 규정하고 정의하는 신. 태고의 신.

모세의 신은 전쟁과 복수와 피흘리기를 좋아하는 신. 변방 민족의 신.

다윗의 신은 국가를 세우고 수호하며 찬양 받기를 즐기는 신. 드디어 국가를 세우는 데 성공한 국가의 신.

예레미아와 다니엘, 말라기의 신은 무력한데다 자신이 무력한 이유를

모두 자신의 숭배자들에게 돌리는 신. 디아스포라, 패배했지만 자신들을 묶어준 이상과 이념을 잃지 않으려던 자들을 위로했던 신...


하지만 여기서 끝났다면 기독교는 이슬람교나 그보다 못한 무력하고 소소한 종교가 되었을 것임.


기독교의 재밌는 포인트는 저 이질적이고 실수투성이였던 데다

지구 위의 단 한 민족 만을 사랑했고 다른 인류는 말살하고 싶어했던,

신이라기 보단 마을 입구의 장승 정도의 깊이를 가졌던 속 좁은 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인류 전체를 사랑하고 구원하길 원하는, 보편적이고 보다 깊은 내면과 사상을 가진 신으로 재창조했다는 거임.


by 지저스 크라이스트.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렴, 날 믿으려는 사람들아."



이 재밌는 종교의 진화는 이게 끝이 아니었음.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 가톨릭도,

그 안에서 벌어졌던 교리와 정경과 기타 잡다구레한 규칙을 위한 갈등과 토의도

이슬람의 꽉 막힌 원리주의에 비한다면 그 종교와 세계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함.


근대 직전의 종교 혁명 역시 두 번 말한다면 손가락이 아플 뿐이겠지.



"회칠한 무덤"을 파버리고,

"구르는 돌"처럼 날아와 오만하게 버티고 있던 구습의 반석들을 깨버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아름답고 지혜로운 인간성 -양심과 이상- 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변하고 발전하길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

그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를 적어도 이슬람교나 기타 원시종교보다 더 낫게 만든 힘이라고 생각함.



그런데,

그렇게 보편 종교로 발전하기 전,

이질적이고 위태로운 방식이지만 신의 전능성과 대비되는 악의 문제를 제기했던 욥기의 메세지를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논거가 아닌

"그저 옛날의 틀딱 성직자들, 틀딱 신학박사들이 이렇게 말했으니까 그건 아님"이라고 거부한다?


2021년에?


뭐 내가 강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을 "기독교 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음.


그건 신과 함께, 그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성의 핵심인 신을 닮은 지성을, 곧 인간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