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글쓴 갤럼은 아니지만 나도 비슷한 생각 좀 해봐서 써봄. 나는 이념이나 철학을 소설 속에 담는 것이 과거에 비해 설득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함. 소설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으니까.
여기까지가 내 개인적인, 소설에 이념과 사상을 담는 것에 대한 비판이고
다음으로 감성을 묘사하는 것을 이야기해보자면, 갤럼도 멋에 대해서 말하긴 했는데 나는 이걸 아름다움에 대한 설득력이라고 말하고 싶음. 사실 어디서부터가 접시고 어디서부터가 그릇이냐에 대한 의견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듯 소설가의 문장을 보고 그린 독자들의 그림도 다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을 표현한 명작들은 언제나 그것이 정말로 아름답다고 수많은 사람들을 설득해왔던 것임. 그렇다면 여기서 이념이나 철학, 사회사상등.. 즉, 보다 더 인간을 움직이게 만들 것처럼 보이는 것보다 어떻게 단지 힘없는 아름다움을 그렸을 뿐인 문장이 가치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가?
나는 그 이유가, 아름다움이 무엇보다 사람을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예를들어 나는 반지의 제왕을 참 재미있게 읽었음, 그런데 그것은 전부다 거짓 지어낸 이야기이고, 배경도 우리가 사는 세계가 아니며, 등장인물들조차 인간이 아닌 경우도 있음.. 그러나 나는 그것을 보고 용이 하늘을 나는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봤고 실제로 보고 싶다고 느꼈음.
이때 그 반지의 제왕의 한 문장은 내가 꼴보기 싫다고 눌러보지도 않았던 인터넷 뉴스기사보다 더욱 설득력있으면서, 그것은 무려 사실이기까지 할 텐데도 나는 그런 기삿거리에는 단 돈 십원도 주고 싶지 않겠지만 반지의 제왕에는 십만원이라도 기꺼이 줄 수 있는 것임.
어느 정치인의 유서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지만, 나는 가와비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고서는 일본으로 날아가는 비행기표까지 살 수도 있는 거라고
나는 머리를 짧게 깎은 뚱뚱한 여자가 예쁜 학교의 아이돌과 레즈 섹스를 하는 것은 쳐다도 보지 않을 테지만, 반지의 제왕에서 봤던 설정들을 사용해서 몇년이고 시간을 투자해 만든 2차창작 영화는 12시간을 투자해서라도 또 볼 의향이 있는 거란 뜻임..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자면,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만으로 그것이 허구라 해도 설득력이 있을 때 그것은 진실이 될 수 있는 것임
이 허구에서 진실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이념과 철학을 담은 소설도 틀리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것이고 그것이 곧 독자에게 있어서 설득력이라는 것임
여기까지 내가 말하면, 상업적으로 많이 팔린 것이 곧 가치있는 것이냐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상업적으로 많이 팔린 것이 간과할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 하면서도, 그것이 어느정도의 진실을 2차적으로 3차적으로 생산해내느냐를 또 보았으면 좋겠음... 그리고 그 양뿐만이 아니라 또 얼마나 대단한 후대의 사람들이 그것에 설득당하는가 하는 질적인 문제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하겠음
진중하고 본질에 근접해있는 질문이기에 더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내가 일단 말하고 싶은 것은 여기까지임..
독붕이들은 긴 글도 끝까지 잘 읽어주는 것 같아서 보기 좋더라 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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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이 좀 작위적인 상황 설정에 집중해서 그런 거고 염상섭 중편들 읽어보셈 상황에 대한 요약없이 행동과 상념으로 이어가며 펼치는 서사 자체가 주는 재미가 좋음
이 글 쓴 유동이야. 네 댓글 잘 읽었는데 훨씬 다양한 공부들을 하고 네가 그 책들을 다시 한 번 봐봤으면 좋겠다... 나는 운수좋은 날도 굉장히 잘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그 외의 짧아서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없는 단편들 중에도 대단한 작품들은 많다고 생각해, 이건 엘리제를 위하여를 듣는 것과 같은 거야,
알기 전에 너무나 많이 들어버린 바람에 이제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게 된 거지. 그리고 일본 소설에 대한 부분도.. 나는 네가 원서로 읽는 건지 번역본을 읽는 건지 잘 모르겠다만 절대로 걔네들 쓰는 어휘 쉽지 않아. 물론 쉬운 글들도 있지만 그런 글들은 이 땅에도 많다. 고뇌를 苦悩라고 써야되는 거 나는 좋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쉽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