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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강연: 누가 리더인가(2021.8.30.~2021.9.6. 6)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권력의 쓰임은 매우 단순했다.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그렇지 못한 나라를 일방적으로 뜯어먹었으며, 또 이것이 너무나도 당연시되었기 때문에 권력의 하드 파워, 그 중에서도 당근과 채찍 중 채찍에 해당하는 강제와 위협의 하드 파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졌다. 이러한 제국주의 시대에 당근에 해당하는 대가 지불 및 유도의 하드 파워매력으로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소프트 파워가 아예 작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명분과 이치는 늘 주먹에 비해 멀었다. 침략자들은 억지로 명분을 쥐어짜냈으며, 그나마도 여의치 않을 때는 명분 없는 힘으로 눌러버린 후 다른 침략자들에게 통보하거나 보상하는 길을 택했다. 제국주의 시대는 진정한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수천 년 동안 유지되었던 채찍의 강세는 현대에 다다르고서야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단순히 군사력과 경제력이 강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국가들을 찍어 누르는 일을 저지르면 주변 국가들의 견제와 간섭을 받는 시대가 왔다. 오늘날에도 잊을만하면 전쟁이라는 채찍의 극단적인 결과가 드문드문 등장하기는 하지만, 채찍보다는 당근을 건네주거나 상대방을 매료시키는 것이 효율적이고, 또 그것보다는 채찍, 당근, 매혹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좋은 스마트 파워(하드 파워+소프트 파워) 전략을 세우는 것이 효과적인 시대가 왔다. 이제 세상은 주먹구구식으로 군사력 내지 경제력만을 견주는 것이 정답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권력의 미래』는 조지프 나이가 정의한 소프트 파워와 스마트 파워에 대한 설명 이외에도, 권력의 속성과 패권국인 미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상세히 풀어놓았다. 국가의 자원은 주체의 의도에 의해 하드 파워로도, 소프트 파워로도 비화될 수 있다. 하드 파워와 무엇보다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군사력의 경우에도, 이를 잘 활용한다면 충분한 소프트 파워를 창출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파견시킨 병력들이 군사력 내지 인력 지원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해당 지역의 주민들에게서 호감을 사는 데 성공한다면, 이것은 군사력으로 소프트 파워를 창출한 하나의 훌륭한 예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가의 모든 자원은 국가의 의도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권력을 창출해낼 수 있다. ,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는 서로 동떨어져 있지 않은 개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권력의 미래』가 지목하는 사회 현상은 대부분 2008년부터 2010년까지의 사건이 주를 이룬다. 책의 출판과 EBS 강연 사이에는 10년이라는 공백이 있기에, 정치학 저서들이 그렇듯 책에서의 묘사와 오늘날의 상황이 상이한 경우도 많았다. 권력의 미래』에서 묘사하는 2010년경의 중국은 하드 파워의 잠재력에 비해 부족한 소프트 파워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올림픽 등의 여러 문화적 산업에 몰두하는, 미국의 가장 유력한 잠재적 대항마이자 잠룡으로서의 모습이 두드러졌지만, 강연에서 설명한 2021년경의 중국에게서는 주변국들과의 수많은 영토분쟁과 공산당의 과도한 시민 통제로 인해 자국의 소프트 파워를 스스로 깎아먹는 독불장군의 모습이 강하게 느껴졌다. 십여 년 사이 한국에서 현격하게 떨어진 중국의 평판을 볼 때, 중국은 소프트 파워의 분야에서 지속적인 헛발질을 일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많은 주변국들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영토분쟁 역시 중국이 주변국들에게 끼치는 소프트 파워의 역량을 저해시키는 주요 요인이지만, 이보다는 공산당의 시민 통제라는 요인이 중국의 소프트 파워 역량에 보다 치명적인 것처럼 보인다. 나이는 권력의 미래』에서 시민들과 시민 단체들이 국가의 영향과 명령에 자유로울수록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제는 시민들의 창의성을 억압시켜 문화를 경직시키고 국가에 나라의 구성원들을 종속시킨다. 통제가 심하면 심할수록 시민들로부터 창출되는 소프트 파워는 미약해질 것이고, 이는 곧 국가의 잠재력이 미약해진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중국과 중국의 주변국들 사이에 국한된 영토 분쟁보다, 중국의 잠재력 자체를 감소시키는 엄격한 통제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중국에게 더 큰 악영향을 초래할 듯하다.

 나이는권력의 미래』에서 미국이 쥐고 있는 소프트 파워가 워낙 강대하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중국에게 급작스럽게 패권을 넘겨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우리는 책의 출판 후 십 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중국이 미국을 홀로 맞상대하기에는 아직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트럼프가 주도한 미중 무역 전쟁 덕분에 직접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아마 중국이 소프트 파워 역량을 증대시키는 데 온 국가적 자원을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둘의 우열 관계는 짧은 시일 내에 뒤집히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나 중국은 과격하고 빈번한 정치적 분쟁과 위협적인 덩치로 인해 대외적 평판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완벽하게 따라잡을 날은 어쩌면 우리가 가늠하던 것보다 훨씬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 책과 강연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재미있는 점은 책과 강연에서 매우 일관적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을 악평했다는 것이다. 권력의 성질에 대해 논한 책에서나, 나이가 생각하는 올바른 리더에 대한 강연에서나 조지 부시는 일관적인 혹평을 받았다. 부시는 능력 부족으로 인해 모든 정보를 원활하게 제공받지 못했으며, 올바름과 정의를 명분으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으나 이를 전쟁 과정에서 증명하지 못했으며 더욱이 당근과 채찍 역시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해 큰 재난을 초래했다. 나이가 바라본 부시는 한구석도 옹호를 받을만한 구석이 없는 무능력한 글로벌 리더였다.

 나이가 여섯 회의 강연에 걸쳐 주장한 바람직한 글로벌 리더는 공공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에 긍정적이며 그와 동시에 사회적 맥락을 잘 파악하는 인물이다. 또한 나이는 패권국인 미국은 미국이라는 국가 하나만을 생각하는 좁은 의미의 국익이 아닌 미국과 미국에게 호의적인 국가들을 아우르는 넓은 의미의 국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는 이익인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한다면, 자연스럽게 미국이라는 국가가 세계의 호감을 사 소프트 파워의 증진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의 패권 도전은 당초 우려만큼은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20세기의 소련과 21세기의 중국은 서로 다른 유형의 도전자임을 상기해야만 한다. 소련은 사상, 군비, 우주 기술 등을 경쟁하던 미국의 대항마였으나,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경쟁적 관계와 동시에 상호 협력적인 관계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소련처럼 한순간에 무너트리려 하지는 않으며, 두 국가의 제조업, 관광업 등의 교류 역시 각국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호 협력적인 관계다. , 미국은 중국에게서 위협받는 동맹국들의 보호와 중국과의 협력을 동시에 달성하는 과업을 떠맡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중국을 상대할 때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적재적소에 이용하는 스마트 파워가 더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나이의 결론이었다. 조지프 나이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가 스마트 파워를 능숙하게 활용한다면, 전통적인 지정학적 경쟁과 새로운 상호 협력 관계를 동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6회의 EBS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