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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체험'은 내가 읽은 첫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이었음. 오에 겐자부로 스스로가 악문이라 평할 정도였으니 꽤나 난잡한 문체일 것이라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직관적이고 흡인력이 강한 문장과 스토리였음. 괜히 미시마 유키오가 칭찬한 건 아닌 것 같더라.


 주인공 '버드'는 뇌에 이상이 생긴 채 태어난 아들을 목격하고 끝없는 불안에 눌려 도피를 시도하려는 인물임. 자신의 바람은 모든 속박을 끊고 아프리카로 떠나 생명력에 몸을 맡기고 모험을 즐기는 건데 현실은 시궁창이었음. 그래도 그 과정에서 여자친구 '히미코'가 큰 도움이 되어주는데, '히미코'라는 인물도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고 나름의 고통과 방탕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임. '버드'에게는 진통제 같은 역할이지 않을까 싶음.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정부.


 그런데 이 도피도 한계가 있어서 괴물 같은 아기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나날이 커지고, 내심 아이가 자연스레 쇠약사 하기를 바라고 있는 '버드'는 히미코에게 극단적인 부탁을 하게 된다는 스토리인데...아무래도 오에 겐자부로 자전적 소설이라 그런지 마무리가 잘 돼서 끝나더라고? 더군다나 실제로 아들도 장성하고 있었으니 굳이 비극적이거나 암울한 엔딩으로 치달으면 안되겠지ㅋㅋㅋ


 그리고 후반부에 기쿠히코라는 게이바 사장이 나오는데, 이 사람은 '버드'의 학생시절 지인으로 '버드'가 상처를 줬던 인물임. 기쿠히코가 이런 말을 하잖아, "버드가 그때 혼자서 가버리지 않았더라면 나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 왔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 대사는 만약 '버드'가 아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버드'가 평생을 안고 살아갔어야 할 가시 같은 말이 아니었을까 싶음. 끝없는 자책을 불러일으키는.


 더군다나 히미코도 대학생 시절 '버드'에게서 거의 강간에 가까운 첫 경험을 받았고 현재에도 아내 몰래 만나면서 불편을 선사한, 참 민폐인 캐릭터임, 버드쉑. 그런데 '버드'가 자신이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로부터 구원의 힌트를 얻고 삶의 고통과 좌절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길 다짐했다는 건 꽤나 상징적이라 생각함.


 그렇게 '버드'는 아기를 품으로 받아들이고 미래를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결심함. 그래서 장인이 마지막에 말하지, "자네에겐 이제 버드라는 어린애 같은 별명은 어울리지 않아." 히미코라는 도피에서 벗어나 자칫 괴물이 될 뻔했던 '버드'는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부끄러웠던 과거로부터 탈피하고 재탄생하는 거임. 비록 과거부터 꿈꿔왔던 아프리카로의 여행은 이루지 못할 테지만 적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는 않은 인간이 된 거임.


 그러니까, 이런 깨달음이 있기 전까지 버드는 아기를 괴물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괴물이 되어가고 있던 건 '버드' 자신이었던 거지. '버드'는 이러한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서 한 명의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어른이 되며 소설은 끝맺음. 참 깔끔한 엔딩이긴 함. 다른 작가들 책 좀 읽다가 다음에는 만엔원년의 풋볼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