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도현철, 조선 건국 과정에서 역사 기록의 상이한 평가와 해석, 역사학보, 248, 2020

도현철의 해당 논문은 여말선초의 역사인물들이 특정 인물(염흥방, 채홍철, 공민왕) 등에 대한 상이한 평가와 『경제문감』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논문의 전반부에서는 역사 기록에 대한 상이한 관점에 대해 다룬다.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특정 사안에 대한 평가가 상반되기도 한다. 

염흥방은 이색과 교우했던 시기에 성리학 이념을 관철하기 위해 북원 사신의 영접에 반대하는 등 유학자의 시각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행보를 보여줬지만, 임견미와 연이 닿은 이후 자신의 소신을 굽히고 백성들을 침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이색의 염흥방에 대한 평가는 상반되게 되었다. 채홍철과 공민왕의 경우에도 서로 다른 정치적 색채를 가지고 있는 정파에 따라 평가가 상반된다. 

이 같은 문제는 여말선초에 한정되는 문제는 아니다. 역사 기록은 필연적으로 기록자의 정치적,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정쟁이 치열했던 조선후기에는 당론서가 많이 편찬되었다. 이러한 당론서는 해당 당파를 옹호하고 상대 당파를 깎아내리는 식으로 서술되었다. 노론계 당론서인 『형감』의 경우 노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저술되었으며, 소론계 당론서인 『당의통략』 역시 소론에 유리한 방향으로 저술되었다. 

역사 기록의 이러한 편향성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이다. 역사가들은 역사를 최대한 개관적으로 서술하고, 해석하려고 노력하지만 역사가들이 개인의 가치관과 시대 상황 때문에 이는 쉽지 않다. 따라서 역사가들에게 필요한 절차는 교차검증이다. 최대한 많은 사료를 보며 기록자들 사이의 간극을 줄여 나가는 것이 역사가들이 해야 할 일이다. 

위와 같은 측면에서, 『경제문감』에 대한 도현철의 관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경제문감』은 기록 왜곡이나 인용의 불철저 등의 문제가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역시 정도전의 정치적 시대적, 필요성에 의해 생긴 것으로, 냉정하게 보자면 학자로서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대의 관점이고, 새 왕조의 이념적 기반을 마련해야 했던 정도전에게 다소의 왜곡이나 인용 누락은 큰 문제로 생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여기서 우리는 역사가의 사소한 실수로 보이는 부분도 의도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역사 기록은 완벽하지 않고, 그러한 완벽하지 않은 조건 속에서 과거를 최대한 정밀하게 복원해내야 하는 역사가들은 항상 열린 시각과 비판적 사고로 사료를 바라보아야 한다. 물론 그럼에도 과거를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복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비판적 사고 없는 역사 해석과 복원은 필히 역사 왜곡을 불러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