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기묘하게도, 내 라틴아메리카 문화에 대한 지식은 19세기 후반의 모데르니스모와 20세기 중반의 트로피칼리아에 한정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주로 접하던 게 전자의 문학과 후자의 음악이라 그랬겠지만,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중간에 있었던 식인주의 운동에 대해 전혀 모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이후의 트로피칼리아나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자주 나오는 기괴한 상황들이 어떤 토양에서 자라났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식인주의는 말 그대로 식인에 대한 운동이지만, 그 발음이 유사한 카니발을 틀로 삼아서 제시하는 운동이다. 바흐찐 식 카니발론처럼 시끌벅적하고, 상하 계급이 전복되고, 온갖 기괴한 일들이 일어나며 생동적으로 계속 팽창하고 번식하는 카니발. 여기에서 카니발의 주체가 식인을 하는 식인종으로 변하며, 온갖 좋은 것들을 마음대로 집어삼키며 자라나는 혼성적인 문화가 형성된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에 넓게 드리워진 식인종 신화를 이런 식으로 포용하는 것까지도 식인주의 정신에 포함된다.
모데르니스모 운동처럼 유럽을 쫓는 것은 이제 멈추고, 기존의 유럽인의 편견이 가득한 텍스트를 다시 쓰거나 마음대로 베껴서 자기 식으로 다시 쓰는 글이나 약간은 전위적이기도 한 패스티쉬 시들이 그 당시의 식인주의 예술이었다. 결국 요는 다른 것들을 재료로 삼아 자기들만의 특징적인 것, 고유한 것을 만드는 것이었고, 삼바는 그 대표적인 결과로 남았다. 이후 이런 정신은 그대로 트로피칼리아로 전승되어, 마찬가지로 온갖 음악들을 뒤섞어 만든 트로피칼리아 음악이나 보사노바, 그리고 MPB 장르들이 태어났다.
사실 이런 방식의 뒤섞기 및 자기 것으로 만들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를 포함해서 비슷한 나이대의 한국인은 일본 문화를 먼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영향 덕에 곧바로 머릿속에 이이토코로리 정신이 떠오르고 어째 묘사하는 게 비슷하지 않나 싶은 탓이다. 게다가 실제로 저렇게 섞어찌개에 가까운 브라질 음악들을 다시 토와 테이 같은 일본 음악가들이 가져와 이젠 또 그 당시 일본에서 첨단을 달리던 전자 음악을 섞어 소위 시부야계라고 하는 음악 운동을 주도했으니, 어느 정도는 통하는 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식인주의에 대한 그 이상의 의견은 일단 보류다. <마쿠나이마>와 같이 식인주의를 주도한 글이나 <세상 종말 전쟁> 같이 이를 받아들인 후대의 글들을 조금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기껏 이를 읽지도 않고 식인주의란 이런 것이다, 하고 개괄적으로만 이야기하는 책을 보고 평하기엔 아깝지 않겠는가.
지금부터 서구 야만신화에 대한 라틴 아메리카의 '유쾌한 반란'이 시작된다~! - dc App
ㅋㅋㅋㅋㅋㅋ
이거 꿀잼이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