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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라는 말은 정체성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되기 마련이다. 예컨대 누군가 기억을 잃었을 때 가장 큰 이슈는 그가 전과 같은 사람이냐라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의문이다. 우리의 뇌는 가소성을 지니는데, 뇌 가소성이란 뇌가 어떤 유전자의 발현이나 특정 환경 요인 변화에 따라 재조직을 통해 신경회로를 바꾸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사실에 미루어 봤을 때, 기억을 쌓아감에 따라 우리가 점점 다른 이로 변모해간다라는 말은 나름 일리가 있다. 우리의 정체성에 있어 기억은 이토록이나 중요한 것이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의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기억상실을 겪고 있는 어느 탐정이 자신의 과거를 찾아내기 위해, 단서를 가진 이들을 만나 그의 말을 듣고, 물건을 건네 받은 끝에, 또 다른 이름을 받거나 단편적인 기억을 떠올린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제법 친숙한 형태의 줄거리일 수도 있겠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로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미 말해듯 정체성에 있어 기억은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기 때문이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분명 방황하는 개인과 자아, 그리고 실존을 다루고 있다. 이들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소재임이 분명하다. 어느 시대에나 방황하는 개인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기억 또는 정체성를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나는 여기서 또 하나의 키워드를 꺼내고자 한다. 바로 공감이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의 주인공 기롤랑은 몇가지 단편적인 기억을 떠올린 끝에 아래와 같은 구절을 편지로 써낸다.
이것이 과연 나의 인생일까요?
아니면 내가 그 속에 미끄러져 들어간
어떤 다른 사람의 일생일까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우리의 주인공 기롤랑 만큼이나, 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개인들을 비중있게 조명한다. 그들의 현재는 물론 과거까지도. 물론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일생 중 스쳐지나간 어느 한 시점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들은 기롤랑에게 전해준 이야기와 되살아난 모든 감정들을 잊은 채, 일상으로 복귀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단편적인 사건들 조차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일조하였음은 자명하다. 그들의 삶 어딘가에 그들이 쌓아온 기억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희미해진 나머지 허옇게 바래버린 기억에도 감정의 잔향이 남아있다. 그리고 감정은 전염성이 있다. 그래서일까? 주인공 기롤랑은 자기 자신이 말했듯, 그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의 일생 속으러 미끄러져 들어간다. 사실 주인공이 이야기속 인물임을 확증하는 단서는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는 어두움과 안개속에 가라앉아 모든게 불분명했던 혼란의 시대였다. 그럼에도 기롤랑은 한줌의 단서, 사진 몇장을 희망삼아 실낱같은 가능성을 부여잡고 정체성의 탐구를 계속한다.
기롤랑은 왜 기억을 찾아가는 일에 그토록 몰두했을까? 사실 기억을 찾는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사람은 계속 변해가기 마련이고 기롤랑은 이미 자기 한 몸 정도는 부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기억을 찾는다고 해서 현실적인 변화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롤랑은 방황한다. 그는 왜 방황하는가?
가롤랑의 과거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의 조연들은 어느 특정한 시대를 지목하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의 프랑스다. 시대상을 반영하여 작품을 해석하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동시에 제법 손이 가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고전을 읽을 때 만큼은 그런 과제를 잠시 내려놓곤 한다. 고전이 고전으로 남은 까닭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통하는,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라 믿는다. 고전은 변하지 않는 어떤 특질, 나의 표현으로는 인간 정신의 어떤 특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옛 시각이 아닌 오늘날의 시선으로도 무리없이 읽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기롤랑은 그리고 우리는 왜 방황하는가?
중략(적당히 시지프 신화에 나오는 부조리 어쩌고 저쩌고)
또 중략(조연으로 등장하는 개인들도 사실 부조리와 방황 끝에 어쩌고)
우리도 다르지 않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는 우리는 마치 기롤랑이 조연들의 이야기속에 미끄러져 들어가듯이, 기롤랑의 이야기에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제 우리는 자신의 공감 능력을 한껏 발휘한다. 기롤랑의 이야기 건너편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는 자기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나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거울같은 소설이라 표현하고자 한다.
기롤랑이 건네받은 이야기에 비추어 자신을 보듯, 우리도 기롤랑을 통해 우리 자신을 본다.
사실 정체성에 있어 기억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우리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자기를, 그리고 현재를 '보는 것'이다. 또 '듣는 것'이다.
상담심리학의 많은 분과 중에서 중요시 하는 개념 중 하나는 바로 '지금-여기'다. 현재의 자신을 '알아차림'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현재를, 그리고 자신을 자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현재를 살아간다.
우리의 기억도 멈추지 않는다. 어떤 것은 지나간 이야기에 불과하고, 어떤 것은 아직도 우리와 함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 불안해 할 것이다. 또 방황할 것이다.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무척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믿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그들을 피하지 않고 그저 바라볼 수 있다면, 방황하는 자기 자신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언젠가 다시 잘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이다.
어쨌거나 세상을 절로 돌아가기 마련이고,
우리는 결국 또 다시 휩쓸릴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 힘들다.
나중에 마저쓰고 브런치에 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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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라는 것이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머릿속에도 있는지라 조각조각 모아나가는 과정이 "나"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어서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함 좋는 감상 잘 읽었추
이게 이런 소설이었구나 잘읽었으 소설 재미는 어떄?
초큼 지루할 수도 있는데 어느순간 몰입되는 느낌? 기본적으로 분위가 잡혀져 있어서, 터져줄 때는 터져주고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