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독서모임에는 두 가지 형태의 독서모임이 있는 것 같아요.


1) 다소 편안한 분위기의 취미 독서모임 : 읽는 책은 에세이, 시집, <지대넓얕> 같은 책들.

2) 개빡센 학구적 독서모임 : 읽는 책은 1)에 비해서 진지한 학술서들.


전 둘 다 해봤는데, 각 독서모임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1)의 장점은 일단 편안한 분위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 취미를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인데다가, 책의 이해에 중점을 뒀다기보다는 힐링, 사교가 중점이다보니 발표에 큰 부담도 없고, 토론이나 태클도 거의 없습니다. 그냥 자기 느낀점을 편안히 이야기하면 되니까요 ㅎ 그리고 직장인들이 많다보니 모이면 일단 맛있는 걸 자주 사먹으러가요. 전 여기에 참가하면서 예쁜 카페와 맛집을 많이 알게 되어서 참 좋았습니다. 또 남녀의 비율도 2)에 비하면 훨씬 균등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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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의 모임이랄까요? 남녀 비율도 항상 저런느낌)




2)의 장점은 일단 평소에 읽기 힘든 책들을 같이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여기서 읽었던 책들이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단 자하비의 <후설의 현상학> 등이었는데, 사실 혼자 읽으면 무척 힘들고 재미없는 책들이죠. 일단 구성원들 대부분이 이쪽으로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분이거나, 인문계 대학생, 대학원생, 유학생 등이라 그런지 이야기의 수준도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더 넓은 철학사적 맥락 속에서 설명 해줘서 참 감사했죠. 또 대부분이 논문을 찾아읽는 것에 익숙해서 그런지, 오기전에 2~3편의 논문도 읽고 왔구요. 1)의 모임에서 말하기 낯부끄러웠던 단어나 지식들도 여기서는 모두의 이해가 바탕이 되어있으니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모임 1)에서 에세이를 읽고나서 느낀점으로 "이 작가의 관점은 물자체에 대해 어쩌구 저쩌구~"라고 말하면...솔직히 다들 '저새끼 뭐야, 찐1따같네진짜'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2)에서는 책의 내용자체가 애초에 "후설과 칸트의 물자체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무엇인가?"를 다루고 있으니 이런 이야기들이 너무 당연하게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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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의 분위기? 여기서는 모임에서 여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ㅎ 항상 남자)



1)의 단점이라면 너무 나이브하다는 점? 맨날 똑같은 이야기밖에 안합니다. "주인공을 보고 저도 힘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잘못된 점을 반성했어요"...레퍼토리가 정해져있습니다. 그래서 한 두번 가다보면 여길 왜 나가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의 단점은 딱딱하고 여자가 없고, 다들 공격적이라는 점? 여기에선 관용이란게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말실수하면 바로 공격이 들어와서 항상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심지어 뒷풀이자리에서도 토론인지 말싸움인지 구분하기 힘든 대화가 종종 벌어지곤 합니다. 여기만 갔다오면 너무 피곤해요 ㅎ




여튼 제가 느낀 독서모임은 이런데, 아무래도 독갤에서 주로 까는건 1)의 독서모임인 듯 합니다. 근데 너무 나쁘게 보지마세요. 회사에서 욕먹고, 자기 마음 알아주는 사람들은 없으니, 그렇게라도 모여서 서로를 위로해주고(때로는 뭣도 없으면서 잘난척하는 사람들로 보이기도 하지만) 자존감을 회복하려고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