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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하고 꼭 읽어야지 하고 리스트에 넣어놨던 책
이제야 다 읽었다

일본 현대문학 교과서 수록률 100%를 자랑하는 작품이라고 들어
호기심 반으로 무지성 구매한 책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여운을 남긴 작품임

이 책은 파트가 2개로 나뉘는데
앞은 <산월기> <이릉> 등 중국 고전에서 따온 단편들이고
뒤는 <범 사냥> 같은 조선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한 단편 3개

1920년대 일본 소설을 얼마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도 이렇게 독특한 작품은 없었다
소재도 독특한데 그 독특한 소재를 세련되게 표현했다고 느껴짐

기억에 남는 단편을 몇개 적자면

앞 파트에서는 <이릉>

흉노에 투항한 한나라 장수 '이릉' 끝까지 한나라를 버리지 않은 '소무' 이릉을 변호하다 궁형을 당한 '사마천'이 교차해서 나오는데

흑백을 나눌 수 없게 매우 입체적으로 이 세 인물이 표현되어 있음
그러다 보니까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 처럼 흥미롭게
글이 술술 읽히더라

물론 말하고자 하는 건 어떤 고난 앞에서 대처하는 인간의 다양한 태도겠지만 그런 거 생각 안해도 순수하게 재밌었음

뒤 파트에서는 <순사가 있는 풍경-1923년의 한 스케치>

조선인 순사 조교영의 눈으로 1923년 경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묘사한 소설인데

다른 작품인 <범 사냥>과 동일하게 조선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진하게 묻어 나오더라

어떻게 보면 식민지배를 정당화 한 거라고 읽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난 그것보다 일본 제국 식민 통치에 대한 비판으로 읽히더라고

특히 새로 부임한 총독이 의전을 받고 남대문역을 지나는 장면을 보니까
조선을 이렇게 몰아놓은 것은 결국 일본 제국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건 사족인데 서울 토박이로서
작품들을 통틀어서
노량진 봉천같이 우리 동네 근처도 막 나오고 세브란스 병원  이나 서대문같은 친숙한 지명도 나오니까 좀 신기하고 반가웠음
마치 우리동네를 테레비 예능에서 본 듯한 기분

어쨌든 읽고 나서 꽉 차게 만족한 책임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