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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실의 시대

도쿄에 올라와서 기숙사에 들어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을 때,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모든 사물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 모든 사물과 나 자신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둘 것 그것뿐이었다.

2. 해변의 카프카

나는 어두운 유리창에 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도쿄를 떠날 때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난다.

나는 숱한 장소에 내리는 비를 생각한다. 숲 속에 내리는 비와 바다 위에 내리는 비,

고속도로 위에 내리는 비와 도서관 지붕 위에 내리는 비, 그리고 세계의 맨 끝에 내리는 비에 대한 생각을.

눈을 감고 전신의 힘을 빼고, 딱딱하게 굳은 근육을 푼다. 열차가 달리며 울리는 단조로운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거의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 따뜻한 감촉을 뺨 위에 느낀다. 내 눈에서 넘쳐 나와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이 입가에 머물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말라간다.

걱정할 것 없다고 나 자신에게 말한다. 단지 한 줄기 눈물일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내 눈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유리창을 때리는 비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옳은 일을 한 것일까? 너는 옳은 일을 한 거야.

너는 가장 옳은 일을 했어.다른 어느 누구도 너만큼 잘할 수 없었을 거야.

그도 그럴 것이 너는 진짜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 살 소년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나는 아직도 산다는 것의 의미를 모르겠어.

그림을 보면 알게 돼, 바람의 소리를 듣는 거야.

너에겐 그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넌 이제 잠을 자는 것이 좋겠어. 잠을 자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너는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을 거야. 

이윽고 너는 잠이 든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너는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다.

3. 댄스댄스댄스

잘 기억하고 있네요.

그야, 그렇지. 나도 예전에 너만큼 열심히 록을 들었으니까. 네 나이 때에 말이야. 매일 라디오에 매달려 있고

용돈을 모아 레코드를 샀지. 로큰롤. 이 세상에 그만큼 멋진 건 없다고 생각했어. 듣고 있끼만 해도 행복했지.

지금은 어때요?

지금도 듣고 있지. 좋아하는 곡도 있고. 하지만 가사를 외울 만큼 열심히 듣지는 않아. 예전만큼은 감동하지 않아.

왜 그래요?

왜 그럴까?

가르쳐줘요.

정말 좋은 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되니까 그렇겠지.

정말 좋은 건 아주 적거든. 무엇이든 그래. 책이나 영화나 콘서트나 정말로 좋은 건 적어.

록뮤직이란 것도 그렇지. 좋은 건 한 시간 동안 라디오를 들어도 한 곡 정도밖에 없어. 

나머진 대량 생산의 찌꺼기 같은 거야. 하지만 예전에 그런 거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

무엇을 듣건 제법 재미있었어. 젊었고,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고, 게다가 사랑을 하고 있었어.

시시한 것에도,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떨림 같은 걸 느낄 수 있었어. 내가 하는 말 알겠어?

그럭저럭.


4.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개)

그러나 마음과 몸의 따스함 사이에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 내 마음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건 다분히 내 자신의 문제일 거야. 당신 탓이 아니야.

내가 내 마음을 확인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나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거야.

마음이라는 것은 당신도 잘 이해할 수 없는 건가요?

어떤 경우에는. 훨씬 나중이 되어서야 그것을 이해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때가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경우도 있었어.

대개의 경우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행동을 해버리게 되고 그것이 모두를 혼란에 빠지게 하는 거야. 

내게는 마음이라는 것이 무척 불완전한 것처럼 생각되네요.

도 그렇게 생각해. 무척 불완전한 것이야. 하지만 그건 흔적을 남기지. 

그리고 그 흔적을 우리는 다시 한 번 더듬을 수 있는 거야.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더듬어가듯이.

그것은 어디로 이어지나요?

나 자신에게로. 마음이라는 건 그런 거야.

마음이 없으면 어디에도 닿을 수 없어. 무엇 하나 당신 탓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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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음에 어떤 세계로 가는가 하는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내 인생의 빛나는 구십삼 퍼센트를 삼십오 년 사이에 다 써버렸다 해도 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그 칠 퍼센트를 소중하게 가슴에 품은 채 이 세계가 형성되어 있는 모습을 어디까지고

바라보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하나의 책임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확실히 어느 시점부터 내 자신의 인생과 삶의 방식들을 비틀듯이 하며 살아왔다.

그런 데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다른 누구도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뒤틀린 채로 인생을 놔두고 소멸해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내게는 그것을 끝까지 지켜봐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내 자신에 대한 공정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는 이대로 내 인생을 놔두고 갈 수 없는 것이다.

내 소멸이 아무도 슬프게 하지 않는다 해도, 또 어느 누구의 마음에도 공허함을 안겨주지 않는다 해도,

아니면 거의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은 나 자신의 문제인 것이다.

확실히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잃어버릴 것은 나 지신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내 안에는 잃어버린 것들의 앙금이

일몰 뒤의 빛처럼 남아 있어 나를 지금까지 살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이다.

나는 이 세계에서 사라져버리고 싶지 않았다. 눈을 감자, 나는 마음의 동요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슬픔과 고독감을 넘어선, 나 자신의 존재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듯한 깊고 커다란 파도였다.

그 파도는 언제까지나 계속되었다. 나는 벤치의 등받이에 팔꿈치를 대고, 그 일렁임을 견뎠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구제할 수 없는 것이다.

바로 내가, 누구도 구제할 수 없었던 것과 똑같이. 


나는 소리 내어 울고 싶었지만울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기에 나는 너무 나이를 먹었고, 너무나도 많은 일들을 지나치게 많이 경험해왔다.


세상에는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설사, 설명할 수 있다 해도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일일 것이다. 

 

그 슬픔은 어떤 형태로도 바꿀 수 없으며

바람 없는 밤에 내리는 눈처럼 단지 조용히 마음에 쌓여가기만 하는 것이다.

 

좀 더 젊었을 때 나는 그런 슬픔을 어떻게든 언어로 바꾸어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단어를 쥐어짜내보아도 그것을 누구에게도 전할 수 없었고 자기 자신에게조차 전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그러기를 단념했다. 그렇게 나는 내 언어를 폐쇄하고 내 마음을 닫아갔다.

깊은 슬픔이란 눈물이라는 형태를 취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5.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뭐가 어찌 됐든, 최대한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것밖에 없지 않을까.

정직해져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는 수밖에 없을거야.

잘 알겠지만 사람은 많고 산업은 융성하고 물자는 풍부하지만 선택지는 의외로 적어.


우리 같은 인간이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게 여기서는 간단한 일이 아니야.

어이, 이런거 엄청난 패러독스라는 생각 안 들어? 우리는 사람의 과정에서 진실한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발견하게 돼. 그리고 발견할수록 자신을 상실해가는 거야.

6. 1Q84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고 남들 비슷하게 사는 그런 평범한 생활은 어차피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이런 건 허망하게 무너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거라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생각했다.

변호사로서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하루, 높은 수입, 주오린칸의 단독주택, 생김새가 나쁘지 않은 아내,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예쁜 두 딸, 혈통서 딸린 개, 그래서 여러 가지 일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가정이 어이없이 무너지고 자기 혼자 남겨졌을 때는 오히려 마음이 푹 놓였을 정도다,

휴우, 이걸로 이제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거다, 라고. 이게 원점일까?

추위에 떨고, 저녁 대신 차디찬 팥빵을 뜯어먹고,철거 직전의 싸구려 아파트 현관을 감시하고,

시원찮은 사람들의 모습을 몰래 촬영하고, 청소용 양동이에 소변을 본다.

그것이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의 의미일까. 이게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더 이상 잃을 건 아무것도 없다. 내 목숨 외에는, 아주 간단하다.

7.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그러나 그 당시 나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되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은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는,

그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