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의 이야기. 

누군가 회고록을 영국의 한 출판사로 보냈다.  사장이 저자를 만나보니 팔도 온전치 않았다. 의용군으로 참전하다가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폐도 온전히 않아보였는데 그건 타고난 건강 문제같다. 

아무튼 오늘의 소재는 그가 의용군으로 싸우면서 겪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선 이야기와 정반대의 문제가 있다. 



재미가 너무 없다. 


빌어먹을. 


게다가 정치적으로도 너무 민감한 소재인데다가 주류 의견과는 너무 반대된다. 


결국 사장은 타협책을 건넸다. 

"독자들을 위해서 책 내용을 조금만 손보면..." 

"안되요." 

"예?" 

"알고 있어요. 중간에 뉴스 기사들 스크랩한 부분을 없애라는거 아닙니까? 다른 출판사들도 다 똑같은 소리였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대로 출판하면 매출이 안나올건데요."

"그럼 원고는 돌려주세요. 자비출판을 하고 말겠습니다."


쓰읍.... 


2차 세계대전 터지기 직전에 정치 이야기떡밥이라니. 아시다시피 영국은 "우리 시대의 평화"에서 보이듯 전쟁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하필 이 사람은 또 아나키즘에 호의적인것같았다. 아나키스트와 함께 싸운 것은 아닌 것같지만. 이런 소재는 망할게 뻔했고 실제로도 망했다. 1천 5백부만 내놓았지만 1954년까지 다 안팔렸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 망해버린 작가분께서는 전쟁이 터지자 BBC에 취직해서 전쟁관련 업무를 수행했고 종군기자 생활도 잠깐 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끝나기 직전에 또 원고를 보냈다. 이번에는 풍자 소설이다. 이번에도 다른 출판사에서 거부때렸다 고 했다. 


후일에 밝혀진 이야기지만 이번에 소설을 거부하라고 한건 영국 정보부께서 친히 전화를 걸어주신 덕분이었다. 


결국 이 소설도 회고록을 출판한 곳에서 출판했다. 왜 그랬을까? 소설을 보내고 난 직후 작가는 이렇게 술회했다. 


"내가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소설은 실패할 것 같다. (사실) 모든 책은 실패작이었다. 나는 단지 내가 무엇을 쓰고싶어 하는지 잘 알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그는 또 다시 집필에 들어간다. 


원고를 받은 출판사 사장의 반응이 걸작이다. 


"나는 몇년 간은 이러한 책을 다시 읽지 않기를 바란다." 


결국 1949년 11월 마지막 소설을 출판한 그는 모든 힘을 짜내었는지 두달 후인 1950년 1월 지병이었던 폐결핵이 악화 되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쓸쓸한 작가에 대해서 후일 출판사 사장은 이렇게 회고한다. 


"우리가 그때 오웰을 구하지 않았다면 20세기 중반의 영국 문학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