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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강연: 세계 경제 예측(2021.9.7.~2021.9.13. 5)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은 책의 내용을 강연으로 보충한다는 느낌이라면, 이번 글은 강연의 내용을 책으로 보충하는 형태가 될듯하다. 당초 계획대로 최대한 강연 주제와 비슷해 보이는 책인 『코로나 경제전쟁』을 빌렸지만, 이 책은 예상과는 다소 동떨어져있었다. 『코로나 경제전쟁』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상상치 못한 악재에 대한 여러 석학들의 의견을 급하게 취합한 책이었다. 여러 가지 논평을 마주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퍼지기 시작한 20202~3월경을 강하게 겨냥한 책이라 얕고 구체적이지 않은 주장이 중언부언되는 형태를 이루었다. 『코로나 경제전쟁』에는 정부가 과감하고 빠르게 돈을 풀어야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으며 오늘 이야기할 주인공 폴 크루그먼의 의견 역시 그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부채에 대한 걱정은 제쳐두고, 대규모적인 공적 투자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20219월경의 크루그먼은 어떨까? 그는 코로나 시대와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의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의 전체적인 의견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인식과는 제법 차이가 났다. 크루그먼이 진단한 2019년의 세계는 이미 심각한 불황 상태였다. 그는 세계화가 이미 2007년에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으며 그 증거로 2008년에 있었던 세계금융위기를 지목했다. 그가 바라본 세계는 더 좁아질 여지가 없었다. 또한 그 당시 한창 개발됐던 스마트폰 등의 기술들도 혁신적이었을지언정 생산적이지는 않았으며, 인구의 고령화와 출산율의 저하로 인해 핵심생산인구(25~54) 역시 곤두박질쳤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요소들 중에서도 특히 핵심생산인구는, 즉 노동인구의 감소는 경제에 매우 치명적인 요인이었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수요의 감소를 뜻했으며, 그중에서도 노동인구는 특히 많은 생산과 소비를 창출하는 핵심 인구다. 한마디로 크루그먼이 불황의 이유로 지목한 요소들을 한 줄로 정리하면, 노동인구의 하락으로 인한 생산과 수요의 감소는 매력적인 신기술의 생산성을 떨어뜨렸으며, 세계가 더 좁아질 여지도 앗아갔다는 것이다.



 이 세 요소들로 경제를 진단해 볼 때, 2019년은 결과적으로 중요한 투자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당연하게도 금리 역시 바닥을 기었다. 팬데믹 상황이 터지기 전부터, 우리는 이미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망의 2020, 우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하고도 깜깜한 불황이라는 터널을 십여 년 동안 걸어간 끝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상상 이상의 악재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팬데믹 상황에 의해 경제와 공중 보건은 경직되고 마비되었다.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세계 곳곳에서 셧다운이 시행되었고, 여러 국가의 정부들은 크루그먼이 『코로나 경제전쟁』에서 진단한대로 기업에게 고용보조금을, 시민에게 실업수당 등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침체된 경제를 부양시켰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은 이 당시 시장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댔다. 실업자 수가 증가함으로써 총생산량이 대폭 감소했지만, 지원금의 규모가 워낙 커 미국의 실질가처분 소득은 오히려 늘어났다. 실업자들은 먹고 살만한 수준의 실업급여를 받았으며, 실업자가 아닌 사람들도 유의미한 수준의 지원금을 받아 저축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정부의 지원으로 인한 수익의 증가와 소비의 단절로 인해 저축 금액이 자연스레 늘어났던 것이다. 자본 투입에 대한 대가는 크루그먼이 『코로나 경제전쟁』에서 예측한대로 미미했다. 우리는, 세계는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을 그런대로 슬기롭게 잘 빠져나왔다.



 발 빠르고 과감한 대처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아직 이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크루그먼은 지금 시점의 코로나를 다소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우리는 백신 덕분에 느리지만 차근차근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있고,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해 시행한 정책은 점점 줄어들게 될 예정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정부가 가정, 기업, 지방정부에게 투자했던 유동자금은 향후 경제 호황에 잠재적인 도움이 될 것이며 실직율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크루그먼은 갑작스럽게 경제가 부양된 탓에 우려되는 병목현상(생산요소 부족으로 생산 가능 수준이 낮아지는 현상)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도 지극히 적다고 보았다. 목재, 중고차, 구리 등의 가격이 급작스럽게 상승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미국 개인소비지출가격지수로 알 수 있는 변동이 적은 근원 인플레이션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로 알 수 있는 변동이 큰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을 그래프로 비교했을 때,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큰 폭으로 상승했더라도 근원 인플레이션은 상승폭이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본 것이다.



 이처럼 폴 크루그먼은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낙관주의적 입장을 고수했다.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던 세상으로 충분히 돌아갈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만약 코로나의 악영향을 완전히 떨쳐내고 세계 경제가 회복된다면, 우리는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인가? 적어도 세계 경제가 경직된 기존의 문제점인 세계화의 정체, 의외로 낮은 생산성을 가진 신기술, 핵심생산인구 감소 등은 단기간에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팬데믹이 바꿀 가장 큰 요소는 다름 아닌 생활 방식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코로나가 완전히 물러가더라도, 재택근무에 대한 수요는 극적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재택근무는 우리의 삶에 깊이 스며들어버렸다. 사무실 임대료 등 부동산에 기댄 재산들은 그 가치가 줄어들 것이고, 만약 부동산 가격이 눈에 띄게 낮아지면 부채 문제로 인해 경제 전반의 큰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고 크루그먼은 주장했다.



 팬데믹을 잘 이겨내게 된다면, 팬데믹 다음으로 꼽히는 위협적이며 현실적인 재앙인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에 대한 걱정과 대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세계 각국들의 합의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폴 크루그먼은 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앞장서서 화석 연료에 배출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보았다. 중국이 이 규제에 동참할지에 대한 의구심은 잠시 접어두고, 미국이 앞장서서 화석 연료의 사용을 규제한다면 유럽과 일본 역시 동참할 것이고, 그 후 탄소 관세를 강제적으로 부과하는 방법이나, 이런 기후변화 정책을 거부하는 국가들의 수출품에 관세를 매기는 방법을 채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요 근래 급속도로 성장한 재생 에너지 덕분에, 화석 연료를 점차 능동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가능해졌다. 크루그먼은 미래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태도를 강의 내내 견지했다. 그가 생각하는 미래의 세상은 비관론자의 생각만큼 어둡거나 절망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