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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학계에 몸을 담고 있다면 아마 조금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소설일 테고. 온갖 종류의 교수들과 학자들이 풍자적으로 등장하는데, 사건들이 상당히 코믹하다.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은 동료 교수에 대한 질투에 불타서 컴퓨터 인공지능 대화 프로그램에게 그 분노를 계속해서 토해내느라 연구 자료로만 쓰던 컴퓨터에 며칠이고 계속 앉아 있는 모습이라든가, 해외 학술대회에서 만났던 여교수의 입방정 때문에 자신과 이혼하고 쓴 책으로 떼돈을 번 전처의 돈을 노린 납치범에게 납치당해 그 전처에게 돈을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이라든가, 주인공의 모험 속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장면들이 매우 우스꽝스럽다.



다만 주인공의 이야기 자체는 사실 어느 정도 뻔하고 고리타분하기도 하다. 애초에 작가가 밝혔듯 예전부터 내려져오는 로맨스 장르의 아크플롯들을 그대로 사용하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쓴 글이라 했으니 그 뻔하게 재밌는 이야기를 의도했을 것 같기는 하다. 멍하니 공항에서 다른 여자를 찾아 헤매기 위해 서 있는 엔딩을 보며 그래도 웃음이 나오긴 했다. 참 고전적으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주인공이다.



또한 소설을 읽으며 예이츠와 T. S. 엘리엇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엘리엇의 <황무지>를 길거리 공연으로 시연하는 도시라든가, 이니스프리로 가겠답시고 나룻배를 타고 가다가 소나기와 파도를 만나 수심 50cm의 연안에서 배가 가라앉아 구조요청을 한다거나 하는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우스우면서도 반가웠던 탓이다. "이제는 내 영혼이 배움의 전당에서 공부에 전념케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