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부품 제조회사 <가네세키 금속>에서 제조 본부장으로 근무하는 55세의 남성 아오야 다케아키가 다리 위에서 칼에 찔린 채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약 두 시간 후 근처 공원에서 야시마 후유키라는 젊은이가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가 차에 치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다.


야시마 후유키는 아오야 다케아키의 지갑과 서류가방을 가지고 있어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수사가 점차 진행되면서 야시마 후유키가 가네세키 금속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했었고, 일하던 도중 컨베이너 벨트에 작업복이 끼어 부상을 당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의 진상은 명확해지는듯 보였다. 인력 파견 회사에서는 야시마 후유키에게 병원에 가는 건 좋지만 직장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말은 하지 말고 다른 이유를 대라고 했다. 산재 은폐 시도였던 것이다. 여기에 앙심을 품고 총책임자인 아오야 다케아키를 살해했다 하면 충분히 동기가 될만했다.


하지만 몇가지 미비한 증거들을 보충하기 위해 끈기 있게 수사를 계속해 나가던 가가 형사는 아주 작은 실마리들을 여기저기서 끌어모아 사건의 이면에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배경이 있었다는걸 알아내고 진범까지 검거하는데 성공한다.


예상 외라고 했지만, 어쩌면 이것은 너무나도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패턴일지도 모른다.


초반에 얼핏 정황상 범인인것 같은 사람은 범인이 아니고 엉뚱한 곳에서 진범이 발견되는.. 그리고 그 과정에 적절한 반전을 곁들이는..


추리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의 편견일지도 모르겠는데, 추리소설은 어쩐지 작가가 독자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맞춰 보라고 퀴즈를 내는, 그런 일종의 게임 같은 장르라는 인식이 있는듯 하고, 그 퀴즈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성해 내느냐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기준으로 기린의 날개를 평가한다면 이 소설은 너무 단순하고 뻔해서 역시 <공장장>히가시노 게이고의 양산형 작품이라고 치부해 버릴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양산형 작품을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감명깊게 읽었다.


나는 범인 찾기 게임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비정규 생산직 근무자 야시마 후유키는 게임의 트릭으로서는 허접한 캐릭터였을지 모르지만 그의 삶과 죽음에는 소설 전체의 구성과는 무관하게 독립적인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이 소설 속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그렇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퀴즈놀이를 하는게 아니라 인간을 그려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어, 이거 라이트노벨인가? 싶을 정도로 가벼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점차 그의 소설을 한권 두권 읽어 나가면서, 가벼운 문장들로도 진중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고, 그 이야기들의 특정한 맥락 속에서 가벼운 문장이 가볍지 않게 읽힐 수도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아마 그것이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닌 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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