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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페터 뒤르 - 음란과 폭력
세 줄 요약
1. 신체의 은밀한 부위의 노출은 다양한 의미를 지님.
2. 사람들은 성을 이용해 상대방을 공격함.
3. 문명이 발달해도 여전히 인간의 성을 향한 파괴적 본성은 남아 있음.
0) 서론
한스 페터 뒤르는 1988년부터 2002년까지 다섯 권으로 구성된 문명 비평서인 ‘문명화 과정의 신화’를 저술한다. 1권은 ‘나체와 수치심’, 2권은 ‘은밀한 몸’, 3권은 ‘음란과 폭력’, 4권은 ‘에로틱한 가슴’, 5권은 ‘성의 실태’다.
현재 마지막 권인 ‘성의 실태’를 제외하곤 전부 번역되어 있지만, 1권과 3권은 절판이다.
이 방대한 저술에서 말하는 바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오랜 인류의 역사에서 본능적인 것이든 후천적인 것이든 성행동 면에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한다면 문명인으로 자부하던 서유럽인은 계몽주의와 진보에 대한 열정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영원한 짐승과 다름없는 존재임이 드러난 셈이다.(854p – 옮긴이의 글)
어쩌면 당연하게도 생각되는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에 따르면 중세를 지나오면서 인간이 충동을 통제할 수 있고 수치심을 발달시켰으며, 서구의 문명이 그 외의 미개 문명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데에 있다.
어쨌든, 책 내용으로 넘어가자면, 책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것 같다.(저자는 이렇게 구분하지 않음. 그냥 개인적인 의견임)
1장 – 14장은 대체적으로 남녀의 성적인 신체 부위의 상징적 의미. 즉 서명 ‘음란과 폭력’에서 ‘음란’에 해당한다.
15장 – 34장은 성적인 폭력에 관한 것. ‘폭력’에 해당한다.
1) 음란
1-1) 여성의 신체 노출의 의미 : 유방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투와 관련된 장소에서 여성은 유방을 노출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 때, 유화와 공격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유화의 경우, 유방은 젖이 나오는 의미와 연관이 된다. 이는 상대방에게 화해의 몸짓으로 작용한다.
공격의 경우, 유방은 남성의 발기된 음경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이는 흥분과 공격성, 때로는 해방의 표시다. 20세기 후반, 영국 함대가 포클랜드 전쟁 때 영국 해군을 환송하는 영국군 아내들은 웃옷을 까서 유방을 노출시켰다. 이는 아내들의 적을 향한 투쟁 의지가 남편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젠 들라크루아 –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2) 여성의 신체 노출의 의미 : 음부
신화적으로는 음부 노출은 영원회귀를 말한다. 음부는 모든 것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음부는 사적인 것으로서는 가장 음란한 곳이지만, 성스러운 것으로서는 위협적인 곳이다.
이런 의미에서 음부 노출은 모욕, 위협과 관련되고 위협의 대상은 인간과 악령이 포함된다. 인간을 향해서는 성폭행 의도(여성의 남성을 향한)를 드러내고, 악령을 향해서는 그를 쫓아내는 효과를 지닌다.
1-3) 신체 노출의 의미 : 궁둥이
상대방을 향한 모욕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1-4) 남성의 신체 노출의 의미 : 남근
남근 노출의 경우, 동물에서 뚜렷하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사슴, 영양, 원숭이 등의 동물들은 발기된 페니스로 상대를 위협한다. 때로 서열이 높은 수컷 앞에서 자신의 페니스를 감추어 도전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표시하기도 한다.
즉, 남근 노출은 힘의 과시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인간을 향해서는 상대방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가 되며, 악령을 향해서는 여성의 음부와 같이 악령을 쫓아내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반대로 공공장소에서의 남근 노출은 수치심과 결부되어 있는데, 특히 발기를 경계한다. 이는 나체주의자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2) 폭력
나는 14장이 음란이고, 나머지 20장 분량이 폭력을 서술한다고 구분했다. 즉, 내용상 폭력에 관한 부분이 많고, 이 책도 폭력에 조금 더 강조점을 두고 있다.
(실미도에서 나오는 장면. 임원희 씨가 과녁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성행위를 사냥에 비유하는 것, 그럼으로써 폭력성을 더해주는 표현들은 상당히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쏜다’, ‘먹는다’, ‘잡아먹는다’, ‘박다’, ‘죽이다’ 등의 표현들은 성행위와 살인 혹은 사냥에서 동일하게 쓰였던 단어들이다.
성행위가 폭력성과 결부되면서 폭력적 성행위는 성적인 만족이 목적이 아니게 된다. 상대방을 향한 폭력의 수단이다.
여러 문화권에서 이렇게 성교가 ‘가해자 대 희생자’의 형태로 구조화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2-1) 능욕
페니스는 무기고, 폭행을 가하는 수단이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폭행하는 자는 남자고, 폭행을 당하는 자는 여자다. 상대방을 여자로 만드는 것은 그 자체로 모욕이 된다.(책에 길게 서술된 것을 조금 더 과감히 표현해서 요약한 것임.)
여기서 실제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생물학적 성이 남성이냐 여성이냐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여성들이 적군 남성을 잡아 뒷구멍에 막대기를 찔러 넣고 모욕을 주는 경우가 있다. 전쟁에서 승리자(남성)가 패배자(남성)의 뒷구멍에 페니스를 찔러 넣는 것도 하나의 사례다. 피해자를 여성화 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 한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창으로 찌르는 등의 행위도 포함되어 있음. 처형의 방식 중에 성적인 능욕 행위가 들어간다는 것이 중점.)
그래서 저자는 사무엘 하 10장 4절에서 암몬 족이 다윗 왕의 신하들의 수염을 깎고, 허리띠 아래까지 옷을 도려낸 것을 이런 행위가 암시된 것이 아닌가 하고 짐작한다.
동성에 대한 성폭행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교도소의 사례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데, 우리도 다큐에서든 영화에서든 흔히 들어본 이야기다. 교도소에서는 상대방과 교접한 자가 늑대(wolf)라고 불리고, 싸울 힘이 없는 약자는 펑크(punk)로 불리며 겁탈의 대상이 된다. 싸우려 하지 않는 자는 오히려 조롱당한다.
2-2) 거세
거세라고 표현하지만, 조금 더 포괄적이긴 하다. 남성과 여성 모두 해당되며, 자르는 곳이 성기관이 아니라 귀나 코(임진왜란의 경우)가 포함된다는 것은 우리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러시아와 독일 간 전투에서,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인디언을 향해서, KKK단의 흑인 습격에서 그들은 남성의 성기를 잘라냈다. 성기는 권력과 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성의 경우는 어떤가. 여성의 음순과 유방을 절단하는 행위도 많았다.
2-3) 발가벗기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상대방의 속옷까지는 빼앗지 않음으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다. 그러나 치욕을 주기 위해 속옷까지 벗기는 경우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남녀 모두 해당된다. 그러나 여성에게 더욱 치욕스러운 모욕이었다.
사례는 생략함.(너무 많음)
2-4) 더듬기
- 남성이 여성을 향해
남성이 연인이 아닌 대상을 향해 추행을 하는 경우 오늘 말로 추행에 해당된다.
남성에 의한 희롱이 주된 내용. 사례 생략.
이뿐 아니라, 남성이 연인인 여성의 유방을 쥐는 행동도 포함된다. 이 때는 자기 과시, 그리고 여성의 공격성과 반항을 다스리는 의미도 있다.
여성의 음부 혹은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굴복을 상징하는 행위의 극치다.
- 여성이 남성을 향해.
마찬가지로 여성이 남성의 페니스를 움켜쥐는 행위는 중대한 모독 행위였다.
2-5) 성폭행
2-5-1) 사회
성폭행에 대해 과거와 현재의 인식적 단절은 없다. 다만 법리적 해석의 문제에 있어 변동이 있어 왔다.
예를 들어, 여성이 비명을 지르지 않으면 성폭행인가? 남성은 홀로 여성을 폭행할 수 있는가? 사정을 하지 않으면 성폭행인가? 등등
현대 산업사회의 성폭행 발생률이 매우 큰 편차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문명화 과정’의 진행과 더불어 그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예측 불가능한’ 현대 사회에서 사회 통제가 약화됨에 따라 범인이 처벌받을 위험성도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더라도 유죄판결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 504p
2-5-2) 전쟁
전쟁에서는 어떠한가.
사실상 전쟁이 있으면 성폭행이 있다. 예외는 없다. 아군도 마찬가지다. 부대 내에서 상대방을 능욕하지 않는 이는 겁쟁이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소련군은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사람들도 가리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 때문에 익숙한 이야기.
2-5-3) 여성의 친지를 향한 모욕으로서의 성폭행
제목 그대로다. 적군의 아내를 남편이 보는 앞에서 강간하는 것.
오늘날에도 적지 않게 일어나는 사례다.
2-5-4) 강간에 대한 환상
여성은 강간을 당하면 흥분한다는 환상을 많이들 가지고 있지만 전혀 틀리다는 이야기인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인용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는 것 같긴 하다만...
2-5-5) 집단강간
대체적으로 전통 사회에서 문란한 여자들을 징벌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음.
3) 결론
좀더 광범위하고 효과적인 사회적 통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전통사회’에서는 여성의 육체를 범죄적 방법으로 소유하려는 행위, 즉 성폭행이라든가, 치욕을 안겨주려는 부당한 행위들이 오늘날에 비해 훨씬 드물게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서양’사회 내부에서도 ‘익명성’이 강한 거대한 대도시에서는 시골에 비해 범죄발생률이 기본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범죄 유형으로는 특히 여성에 대한 성폭행과 같은 대중적 폭행범죄가 많다...
소규모의 ‘전통사회’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시골 주민들에 비해 대도시 주민들은 훨씬 이질적이기 때문에 잠재된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 564p
즉, 문명화될수록 충동을 통제할 수 있고 정서적, 행동적으로 세련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동물적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4) 감상
인간의 육체, 그 중에서도 성적인 신체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 의미는 보편적이다. 물론, 저자는 아기에게도 수치심이 있다고 말할 셈이냐 하는 비판에 보편적이라는 것이 선천적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보편성에서 선천성으로 이어지는 길은 멀지 않은 것 같다.
테리 이글턴은 ‘유물론’에서 신체적 유물론을 말한다. 그는 인간의 몸이 그 활동과 양태를 통해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몸은 단지 거기 고정되어 있는 쇠사슬이나 의자와 달리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몸은 몸과 분리되지 않은 활동의 장(場)의 기초가 된다. 쉬이 동의할 수 있는 말이다. 성적 신체는 이를 이해하는 데에 명확한 사례가 된다. 성은 단지 신체 일부가 아닌 의미를 지닌 것이다. 의미와 결부되어 있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성은 더 특별하다. 본 저서는 다양한 역사와 문화에서 나타난 사례를 살폈다. 사람들은 성적 신체를 가지고 무엇을 했는가? 공격했고, 모멸감을 주었고, 상대방을 누그러뜨리는 데에 이용하기도 했다. 성스러운 마력이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성을 모욕함으로써 그 인간 자체를 모욕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그것이 하나의 상징으로 작용하는 것을 본다. 그런데 상징은 언어적인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성이 특별해 보이는 것이다. 성은 언어 이전에 신체 일부로서 상징적으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성적 신체는 몸의 양태로서 의미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라는 것 그 자체에서부터 의미를 획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때로는 저항하고 거부하고자 하는 시도가 그 대상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한다.
예컨대 어거스틴은 순결을 육체와 분리시키려 했다. 그는 육체가 폭행을 받아도 정신의 순결만 있으면 육체의 순결을 읽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순결을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정신적 순결을 더 가치 있게 본 것이다. 물론, 이것은 자살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자살을 막기 위해 쓴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어거스틴의 시도는 자살이 금기시되는 것으로 그 열매를 맺었지만, 혼전순결에 대한 강조는 기독교 사회 내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또한, 근대까지만 해도 상당히 유지되어 왔던 혼전 순결의 중요성은 68혁명과 같은 60년대 이후 진보적 사상의 결과, 급진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도 있다. 권위와 결부된 보수적 가치를 거부하는 것이 성공했다는 것과 별개로 그러한 저항이 하나의 원인이었다는 점은 몸에 대한, 성적 신체에 대한 인간의 뿌리 깊은, 분리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지가 아닐까.
뭐, 어찌 됐든 그리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시간이 지나서 성의 가치가 줄어들지 올라갈지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그 의미는 아직도 퇴색되지 않은 채, 우리에게 무언가가 되고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참고로, 이거 책 대단한 게 전체 850페이지정도에서 각주가 무슨 300페이지나 됨.
거기도 뭐라 막 적혀있었는데 차마 읽을 엄두가 안나드라 ㅋㅋ
필터링이 다른 단어들은 다 허용되는데 그곳은 안되네. 뒷구멍으로 바꿨음
개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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