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전에 다른 사람이 이 책을 이야기하며 도블라토프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나는 <수용소>를 읽은 기억을 떠올리며 사람들의 취향이 참 다 서로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내가 <수용소>를 꽤나 오해하며 읽었다는 것까지. 해설에서 <수용소>의 [열세 번째 편지 - 공연] 파트를 전체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라고 하는 걸 보고 그 전체적인 구조를 보려는 착각을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단편 하나하나를 작은 소극으로 보면서 웃으면 되는 거였는데.
다만 <수용소>보다는 <여행가방>이 확실히 읽기 편하고 재밌다. 소비에트 시절, 도블라토프가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그 일의 결과로 현재까지 남은 물건 하나하나를 들며 풀어나가는 식인데, 소탈하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종잡을 수가 없이 일이 흘러간다. 헌데 긍정적인 사람들과는 달리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아 그 대조가 의미심장하다. [특권층 구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역사학자 까람진이 프랑스에 방문했을 때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요약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도둑질이오" 하고 말했다는 인용을 하는 게 좋은 예시다. 술에 취하고, 소란에 휘말리고, 일을 하고, 뭘 하든 우습지만 아무튼 전망이 밝지는 않다.
다른 사람한테 가볍게 추천해줄 수 있는 풍자 소설 단편집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어렴풋이 계보를 따져본다면 체호프에서 조셴코로, 조셴코에서 도블라토프로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을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