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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양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우리는 서양의 제도와 서양의 사상에 깊게 영향을 받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서양의 제도와 서양의 사상 하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를 서양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서양사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제도와 사상의 근원을 따지는 것이다. 다시말해, 나라는 사람과 나의 공동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사상의 근원은 어디인지 따져보고, 그로써 자신과 자신의 공동체를 파악하는 작업이 서양사 탐구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따져보는 작업은 단순리 지리적인 측면에서 동양사만을 따져볼 것이 아니다.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서양의 제도와 사상을 따져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양사의 두 가지 뿌리는 무엇인가? 하나는 헤브라이즘이고, 하나는 헬레니즘이다. 하나는 히브루인들의 야훼 신앙에 근거한 것이고, 하나는 그리스인들의 인간주의에 근거한 것이다.


헤브라이즘은 유일신 야훼를 믿는 종교적 사상으로, 서양인들에게 인간 개체의 중요성과 평등함, 도덕적 자유의 정신을 심어주었다. 인간은 도덕적으로 분별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에 도덕적으로 자유롭다는 믿음을 심어준 것이다. 한편 헤브라이즘은 선악의 이분법을 심어주었다. 조로아스터교에 히브루인들이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영향을 준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조로아스터교와 같이 선악의 이분법을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리하자면, 헤브라이즘은 도덕적 자유와 선악의 이분법을 유산으로 남겼다.


한편 헬레니즘은 합리적, 인간주의의 사상으로 서양인들에게 인간의 개체적 중요성과 정치적 자유, 그리고 합리주의를 유산으로 남겼다. 폴리스 내에서 시민은 그 자체가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그 개체적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러한 민주주의는 시민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서양의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또한 헬레니즘의 철학은 합리주의에 근거한 것으로 오리엔트 문명의 종교적 세계관과 대비되는 것이다. 이는 후대의 중세, 근대에 있어서도 종교를 합리적 세계관으로 규명하려는 철학적 시도로 이어지게 된다.


도덕적 자유와 선악의 이분법, 정치적 자유와 합리주의는 서양인을 지배하는 중요한 사상이다. 서양인들의 이러한 사상에 대한 반박은 현대철학에서 많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문화가 어떤 전제 위에 서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 작업은 서양 고대사에 대한 탐구로 가능한 것이다. 서양 현대철학에 대한 공부 역시 서양 고대사에 대한 공부를 필요로 한다. 서양 현대철학이 서양 사상의 전제들을 공격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서양 사상의 전제들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제들은 바로 서양의 고대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