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 '시벽'
年已涉縱心 位亦登台司
나이는 이미 70살을 지났고 지위는 재상에 올라
始可放雕篆 胡爲不能辭
비로소 시 짓기 놓을 만한데도 어째서 사양치 못하는가.
朝吟類蜻蛚 暮嘯如鳶鴟
아침에 읊조리는 건 귀뚤이인 듯 저녁에 읊조리는 건 솔개인 듯
無奈有魔者 夙夜潛相隨
어쩌지 못할 시마는 아침저녁으로 몰래 서로 따라와선
一着不暫捨 使我至於斯
한 번 붙어선 잠시도 떨어지지 않아 나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네.
日日剝心肝 汁出幾篇詩
날마다 내장 쪼갠 즙이 몇 편의 시로 나왔던가.
滋膏與脂液 不復留膚肌
불어난 기름과 액이 다시는 살갗에 머물지 않네.
骨立苦吟哦 此狀良可嗤
뼈만 남은 채 괴로이 읊조리는 모습, 참으로 웃기네.
亦無驚人語 足爲千載貽
또 사람 놀래킬 말로 넉넉히 천 년동안 남길 것도 없지.
撫掌自大笑 笑罷復吟之
손 어루만지며 스스로 크게 웃다가 웃음이 그치면 다시 읊조려
生死必由是 此病醫難醫
생사가 반드시 시에서 연유하니 이 병 의원이라도 고치기 어렵다네.
해석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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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내용 요약하자면, 덕질(시 창작)을 그만두고 싶은데 마귀(시마, 즉 시의 마귀)에 홀려서 못 그만두겠다며 웃으며 덕질하는 반어법 한시.
최근 인터넷 같은 데서 이규보가 인성 나쁘다고 욕 먹지만, "XX 내가 왜 이딴 짓을 하고 있지"하면서도 그걸 못 그만두는 덕후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하기도 힘들다. 왜 이규보가 역대급 문사인지 보여 주는 작품.
그닥... 좋은진 모르겠다...
독붕이 새끼들이 수준에도 안 맞는 책 읽으면서 뿌듯함 느끼는 거 보는 기분임. 물론 이규보의 상황은 좀 다르지만 별로 안 와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