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a99e2cf5d518986abce8954780746e8637




레르몬토프의 <우리 시대의 영웅> 최고 번역을 찾아서


06bcdb27eae639aa658084e54480756d9a30542706ecd4e861ad92c39c598ccfd61b00115edbdecd73dcbbb8


투르게네프 <첫사랑> 김학수역, 교육문화사(문예출판사 판도 대동소이하다고 함 - nightfall님께 감사)



06bcdb27eae639aa658084e54480756d9a30542706ecd4e861ad92c3ed03cd86a82eaaa6d451a75e5903187e231f1a

첫사랑, 김학수역, 동서문화사



06bcdb27eae639aa658084e54480756d9a30542706ecd4e861ad92c3ed03ce86f6dc8a04fad8c88707de6104028331

첫사랑,박형규역, 신영출판사



투르게네프 첫사랑 13장에 나오는 명장면으로,



노문학 3대 악인 중 하나인, 악마적인 매력을 지닌 지나이다가 호구남 벨로브조로프에게 말을 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그를 놀려주는 장면이다.



벨로브조로프는 지나이다에게 반해버린 순수하고 용맹한 군인으로,



지나이다는 이 청년을 "나의 맹수님мсьё мой зверь", "군인님 혹은 병사님 혹은 용사님воин"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어장을 관리한다.


1. 동서문화사판은 기존의 김학수역을 많이 수정한 텍스트이다.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비교해보라.



교육문화사판(문예출판사 판도 대동소이하다고 함 - nightfall님께 감사)은 벨로브조로프의 별명을 맹수님으로 통일했다.


"왜 그분과 함께 가면 안 되나요, 맹수님?", "오....오....오.... 맹수님도 참 딱하시군?"


원문에서는 "그런데 왜 그분과 함께는 안 되나요, 용사님?А почему бы и не с ним, воин?", "오.....오....오.... 용사님!О... о... о... воин!"이다.



2. 동서문화사판은 기존 역본의 디테일들을 다 죽여놓았는데, 이것은 동서문화사판의 편집 원칙이긴 하지만 이 부분에서 유독 심하게 느껴진다. 거의 다른 역본으로 느껴질 정도.



"당신도 아시지 않아요. 지금 말레프스키 같은 사람은 나한텐 안중에도 없다는 걸." 이 좋은 표현을



"말레프스키 씨는 요즘 영 별로예요"라고 편집했다......



원문은 "당신도 알고 있지요, 지금 나에게 말레프스키는 - 피! Вы знаете, что для меня теперь Малевский — фи!"이다.



원문에서는 코웃음 치는 의성어 피фи라고 쓰고 있다.



3. 이 대목에서 가장 멋진 구절 중 하나인 김학수역 "그런 말로 안심이 됩니까? 오....오....오.... 맹수님도 참 딱하시군?"을 동서판은



"그런 말이 위로가 되나요? 어머나....., 세상에...... 벨로브조로프 씨도 참......"이라고 죽여놓았다.



박형규역도 "그런 일이 기분을 달래 줄 수 있나요? 정말 어처구니없는 군인 나리 같으니라구!"라고 지나치게 부연했다.



원문은 앞에서 보았듯이 "오... 오... 오... 용사님! О... о... о... воин!"이다.



4. 동서판은 결정적으로 "뭐, 자유로운 자에겐 자유가, 구원된 자에겐.... 천국이 있으니까Ну, вольному воля, спасенному... рай"를 통째로 삭제하고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단순화시켰다.



"좋아요, 자유로운 자에겐 자유를 주고, 구함을 받은 자에겐...... 천국을 주라는 말이 있으니까" (김학수역)



"좋아요, 자유를 원하는 자에게는 자유를, 구원을 받은 자에게는...... 천국을 주자는 말이 있듯이......" (박형규역)



이 문장을 풀면 결국에는 "좋을 대로 해라, 맘대로 해라"라는 뜻이긴 해도 원문을 이렇게 단순화시키는 건 좋지 않은 편집이다.



동서문화사 편집자에 의해 난도질 당하기 전의 김학수역을 보면 김학수역이 왜 지금까지도 인기가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학수 선생님은 진정한 상남자의 언어를 구사했던 것이다.


김학수 선생님에게 경의를 표한다.



고전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정말 옳다.



10여년 전 내가 어느 악마적인 미인에게 반해 벨로브조로프처럼 파멸할 뻔했을 때,



투르게네프 <첫사랑>의 주인공 아버지의 유언과 충고가 나에게 지혜를 주었고, 나는 무사히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