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올해 출간된 책이기도 하고, 장류진 작가의 작품답게 많은 호응을 이끌어낸 작품인데, 결론적으로는 아쉬움이 좀 더 큰 작품이었다.
가장 큰 장점은 사실 작품보다는 작가에 대한 평이 아닐까 싶은데, 현실의 이슈를 빠르게 파악하고 보여주는 이슈의 선택과 속도감이었다. 다만 비트코인 이슈는 이미 18년도에 본격적으로 부상한 이슈인데(이 소설의 배경도 18년도다), 그 이야기를 21년에나 꺼낸 것이 과연 정말로 빠른 것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어쨌든 가상화폐는 한국 문학 안에서는 다룬 적이 드문 이슈고, 내가 알기로는 최초다. 더불어 장편 집필 속도를 고려하면 이 정도 시간차는 납득할 만하다.
마찬가지로 작가의 장점으로 계속 언급되는 ‘젊은 여성 직장인’이란 코드를 디테일하게 활용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여성’이란 코드는 현재 한국문학에서 가장 주류인 주제고, ‘젊은 여성’ 또한 상당히 흔한 코드기 때문에, ‘직장인’이라는 코드가 이 작가의 가장 차별적인 개성인 듯하다. 이 개성이 여성 독자들에게 소설 속 캐릭터의 이야기가 아닌, 너 나 우리의 이야기로 인식되고 공감을 느끼게 만드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 평소에는 한국문학과 거리가 멀던 많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던 이유가 그와 같지 않을까. 더불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룬 문학작품이 그만큼 한국에 적지 않았나, 문학이 대중과 상당히 괴리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그 외에는 뚜렷한 특장점을 읽지 못해 아무래도 아쉬움이 더 컸다.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굴곡이 없고 평면적이다. 갈등이 벌어질 것 같다가도 금세 스무스하게 붙어버린다. 물론 굵직한 사건과 갈등만이 좋은 소설의 조건은 아니겠지만, 평이한 일상 위주로 풀어나가는 소설인데다 문장마저 큰 인상을 주지 못하니 서사가 나이브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떤 반전도 없이 이어지는 끝없는 상승과 일확천금 결말에 이르러서는 어딘가 K-웹소설과 K-에세이의 구조가 떠오르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텍스트 매체는 웹소설과 에세이일 것이다. 한 편에서는 사이다패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한 순간의 고구마도 참지 못하고, 다른 한 편은 괜찮아 괜찮아 아무튼 괜찮다는 힐링의 범람이다. 이 작품의 전개와 결말 또한 결국 사이다와 힐링의 범주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혹은 않고 있다고 해석하면 너무 개인적인 감상일까. 물론 개인의 욕망을 비판하는 전개로 진행되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식상했을 것이긴 하다.
더불어 이러한 엔딩은 장점을 퇴색시키는 부분도 있다. 디테일과 리얼리티를 통해 직장인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큰 장점인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자본주의의 사다리를 올라 구름 위의 인물들이 되는 결말은 여태 따라온 독자들과의 거리를 확 벌려버린다. 물론 인물들을 자신이나 자신의 지인처럼 여길 정도로 깊이 이입하고 공감한 독자라면 즐거워할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한 독자라면 상당히 공허하다. 비트코인에 홀려 돈을 홀라당 날려먹고 소위 ‘원화채굴’에 매진중인 사람이라면 기만으로 느껴질지도.
오 결말이 판타지스럽게 해피엔딩인가보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