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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유명한 줄리언 반스의 <10 1/2 장으로 쓴 세계역사>란 책을 읽었다.
노아의 방주에 무임승차한 나무좀이 이야기해주는 노아의 방주의 실체 고발로 시작하는 <밀항자>부터
작가의 분신이라 여겨지는 인물이 뉴타입 천국에서 겪는 일을 그린 <꿈>까지
10개의 단편소설과 1개의 에세이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각 소설에서
나무좀, 임종벌레, 배, 방주, 노아, 창세기, 신, 신앙, 종교, 믿음, 구별짓기, 예술, 사랑이라는
소재와 주제들이 끊임없이 변주된다.
하지만 알레고리들이 은근하게 묶여있기 때문에,
한번 읽어서는 작가가 만들어 낸 구조들이 잘 눈에 보이지 않아서 재독이 필요하다는 건
거듭 읽을수록 작가가 고심해서 숨겨놓은 연결점들이 더 잘 눈에 들어오리라는 건 알겠는데,
문제는 각각의 이야기가 재독을 할 만큼의 매력은 없어보인다는 점이다.
그래도 삽입장의 사랑에 대한 에세이와
모든 욕망이 남김없이 충족되며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천국에서
과연 인간은 어떤 삶을,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에 대한 마지막 에피는 꽤 재밌게 읽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머리로 쓴 소설임이 명확하게 보여지는 소설은,
작가 특유의 약간은 잘난 체 하는 듯한, 냉소적인 유머를 구사하는 문체의 디버프를 받아서,
지금의 내 취향과는 좀 먼 듯 하다.
이런 스타일이라면, 차라리 에세이가 더 읽을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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