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1권과 2권의 가장 큰 차이점은 1권은 돈키호테의 모험 자체에, 2권은 그 모험을 일으키는 이면에 초점을 맞춘다는 건데
이미 우리는 세계 저편의 힘이 개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이야기를 현대에 들어 많이 읽어봤고,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작가가 카프카다. 하지만 카프카와 다른 점이, 카프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혹은 여러 얼굴의 K는) 그 세계에 얽매인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외부에 의해 스스로가 규정된다면
돈키호테 2권에서 산초와 돈키호테는 외부에서 계획한대로 움직이면서도 그 나름대로의 능동성으로 묘한 장면을 연출하는게 차이점인 거 같음(영주 일하다가 당나귀와 함께 울어버리는 산초, 의외로 쓸쓸하게 패배를 받아들이고 돌아가는 돈키호테 등등)
둘의 차이는 현대 사회를 경험한 작가와 아닌 작가의 차이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 아직 현대를 겪지 못한 작가가 그려낸 현대는 뭔가 설익은 듯 하면서도 우리의 현실과는 다른 세계라(재판장에서 갑자기 세탁소 알바에게 달려가 껴안으며 울음을 터트리는 K, 상상하실 수 있겠습니까?), 마치 인간에게 사라진 혹은 잊혀진 가능성을 조명해주는 시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2권은 1권에서 연속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엘스월드, 하나의 가능성 중 하나라 생각하고 싶음. 돈키호테의 서사는 1권에서 우리의 싸움은 지금부터다! 식으로 끝난 거고 2권은 원작자가 써낸 2차 창작인 거고(그 2차 창작이 인류의 미래를 어쩌다 찍어맞춘 건 놀랍지만)
뭔가 생각하다보니 돈키호테 2권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돈키호테는 1권이 제일이다. 열린 세계로 모험을 위해 뛰쳐나가는 광기와 이성의 기사인 돈키호테가 진정한 캐릭터로서의 매력이지.
최민순 신부님의 돈키호테 2권 어디로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