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문열의 가장 큰 재능은
리듬감 있는 문장과 적합한 단어선택에 있다고 보는데
솔직히 얘기하면 내가 읽은 이문열의 책들은 대체로
내용이 별로 없다고 생각함.
자기 이야기를 반영한 내용은 꽤 충실한데, 알다시피 그게 좀 복제가 되서 지겨운 면도 있고..
그래서 가장 전성기 때 삼국지 쓰느라 날려먹었다고들 하는데
어쩌면 삼국지같은 걸 풀어낼 때 이문열의 가장 큰 재능이 빛나는 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음.
그런데 어려서 읽었던 사람의 아들은 이제 첫장면만 기억에 남아있었어서 사실상 새로 읽는건데,
사람의 아들은 확실히 이문열의 작품 중에 이색적인 면이 강하네.
이문열의 단점은 가려지고 장점은 도드라져서 가장 밸런스가 높은 작품이 아닐까?
황제를 위하여가 그의 기질상 가장 잘맞는 작품이고, 시인이 그의 생애와 결부되어 가장 순수한 그를 보여주는 장편이라면
사람의 아들은 그의 기질은 옅고, 그의 생애와도 거리가 먼....
가장 치열하게 자신을 객관화해서 작품에 혼신을 힘을 다 한 느낌이다.
이게 첫 장편이라는데, 만약 내가 당대에 살았으면 이새끼는 노벨상각이라고 소리질렀을 거임.
여튼, 사람의 아들은 아직 읽고 있는 중이라 단언은 못하겠다만
훌륭하다. 소설로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 같아.
작중인물에 대한 공감도 되고, 그의 단점도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전개까지.
간만에 정신없이 책봤다.
이문열이 좀 더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났으면 이런 작품들이 몇 개 더 나올 수 있었을텐데..
그 점은 좀 아쉽고.
근데 서구에서는 너무 작위적인 추리 결말이란 평을 받음
내가 아직 다 읽진 않았지만 그런 평가도 이해는 되네.
정말 다 좋은데 뒤로 갈수록 해묵은 주제랑 전개가 튀어나와서 아쉬움
내가 중반까지만 읽어서 고평가인건가? ㅋㅋ
결말 동의. 예수와 아하스페르츠의 대화씬은 씹명장면이지만 그 외엔 용두사미 같긴 함
동의동의 중간에 한번 황제의 아들이라고 오타났어 - dc App
오타는 아니고 내가 제목을 잘못기억하고 있었지. 여튼 지적해서 고쳤당.
나는 이문열이, 소설에서 연출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것 같음. 어디에서 요약적으로 서술하고, 어디에서 있어 보이게 말하고, 어디에서 세세하게 장면 묘사를 해야 할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사람 같아. 그 리듬감은 국내 최고인 듯.
아 그거도 인정. 완급조절 기가막히지. 그런데 이야기꾼으로서의 스킬은 만땅인데, 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빈약해보일 떄도 있고.. 가장 초기작이 가장 깊다는 점이 좀 아쉬워.
나는 <사람의 아들>을 읽은 지는 너무 오래돼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가> 같은 장편도 담백하면서 나름대로 여운도 깊게 남았어. 전근대의 전통 사회가 붕괴되고 근대화되면서 마을 공동체가 와해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 것 같아.
장편중에 그런 작품도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