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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숙-충혜-충목-충정 4대를 지나면서 고려 국왕의 '격'은 지방 장관급으로 떨어지게 돼. 충렬왕처럼 원제국 황제의 딸과 혼인하지도 못했고 충선왕처럼 제위 쟁탈전에서 결정적인 공을 세워 제국 집권세력에게 인정받지도 못한 변방 소국 국왕들의 입지가 어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했지.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제국 황실과 사적인 커넥션을 가지고 밀착되어 있던 부원배 세력의 준동은 흔들리던 국왕의 권위를 수직낙하시키게 되지. 이들은 안으로는 국왕의 고유 권한인 인사행정에 개입하여 관료사회의 기강을 어지럽히고 밖으로는 아예 고려왕조를 폐하고 원제국의 내지로 만들자는 입성책동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왕조를 위기로 몰아넣게 되지.
이렇게 운신의 폭이 지극히 좁아지고 왕위를 지키는 것조차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대도에서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임금들은 엇나가기 시작해. 충숙왕은 2번째 즉위 후에는 아예 개경을 떠나 지방에 머무르며 원제국 사신의 알현마저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등 정사를 아예 손에서 놔버리지. 충혜왕은 선왕의 후비나 신료들의 부인과 대놓고 사통하는 등 엽기적인 섹스 스캔들을 지속적으로 저지르고 대공사를 일으켜 백성들을 고단케 하는 등 갖은 물의를 빚은 끝에 문자 그대로 '포박'되어 대도로 끌려가게 돼.
뒤를 이은 충목, 충정왕은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국정운영의 중심이 될 수 없었고, 이 틈을 타 외척 세력과 부원배 세력의 횡포는 그칠 줄을 몰랐지. 이런 상황에서 드디어 사실상 고려 최후의 임금이나 다름없는 공민왕이 등극하게 돼. 그런데 이후 그의 행보를 아는 사람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즉위는 원제국의 후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지.
공민왕은 반원자주와 개혁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그리고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개혁은 좌초하게 되었을까? 이야기는 시리즈 마지막 4권에서 계속될 것 같아.
※ 이 시대를 '세계화 시대'라고 제목에서부터 명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술이 좀 부족했다는 생각임. 부원배 세력의 이중적인 면모(모국을 등진 배신자와 세계제국 내부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국제인)를 언급하기는 하는데 좀 아쉽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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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간섭기 고려에 대해 자세하게 다룬 책으로 좋아 보임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