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카프카는 자주 그의 친구들에게 자기의 작품을 소개했는데 뜬금없이 빵하고 웃었다고 함.


심지어는 어느날 학생시절 카프카는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는 대학 교수의 사무실로 불려갔다가 심각한 교수에 대비되는 그의 우스꽝스러운 거동을 보더니 폭소를 멈출 수 없었다고 함.

그가 그의 가장 기괴한 소설(맥락상 만리장성 축조로 보임)을 집필했을 당시에는 새벽이었는데, 갑자기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가 미친듯이 웃기 시작해 인근 주민들이 민원까지 넣었다는 일화도 있음.

다음 사건들은 카프카와 웃음은 어쩌면 굉장히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줌. 그의 소름돋고, 그로테스크하며, 기괴한 소설 속에는 과연 웃음이 존재할까?

유머는 주로 인지부조화에서 온다고 함, 우리의 관념과 실제로 존재하는 사건/사물 사이에서 공유하고 있는 어떤 지점이 너무 예상치도 못하게 들어 맞지 않는다면 그 속에서 점층적으로 혹은 갑작스럽게 긴장이 생기게 되고 그것이 웃음을 유발하게 한다는 사실임.

카프카는 이러한 유머의 본질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음을 우리는 그의 여러 소설들을 통해 알 수 있음. 대표적으로 선고에서 이러한 인지부조화가 일어남.

게오르크는 사업가임, 그는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하는 끔찍한 상황에 처한 친구에게 과연 자신이 약혼을 할 예정이며, 최고로 평온스럽고 좋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편지를 보내야 할지 아버지에게 물어보는 이야기가 전개됨.

그와중에 아버지의 상태를 한번 봐보자:


“「게오르크야!」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며 치아가 없는 입을 옆으로 벌렸다.”


제대로 드시고 힘을 내셔야 하는데 아침 식사를 드는 둥 마는 둥 하십니다. 아버지는 창을 닫아 놓고 앉아 계십니다. 바깥 공기가 아버지의 건강에 무척 좋을 텐데 말입니다.”


“게오르크는 백발이 성성한 머리를 가슴 쪽으로 떨구고 있는 아버지 바로 옆에 서 있었다.”


“그(게오르크)는 아버지를 안고 침대로 갔다.

철저히 무기력하게 묘사됨. 늙고, 이빨빠지고, 자기 아들에게 안고 침대까지 가야될 상황임. 심지어는 밥도 제대로 안/못먹음. 그런데 아들이 침대로 데려가자:


“「잘 덮여 있으니 가만히 계세요.」”

갑자기 일순간 평온한 분위기의 상황은:


「아니야!」 아버지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못마땅하다는 듯 소리치더니, 일순간 이불이 홱 휘날릴 정도로 힘차게 걷어 내고는 침대에 똑바로 일어섰다. 그는 한 손만을 천장에 살짝 대고 있었다.

ㅋㅋㅋㅋㅋ네???????????

카프카는 줄곧 이러한 예기치도 못한 상황의 연속을 자기 소설 속에 배치함.

우리의 관념 속의 게오르크 아버지는 철저히 무기력하고 늙은 이미지였지만 그는 한순간 독자 앞에서 이불을 힘차게 젖히고는 우뚝서서 우리가 그에게 품고 있었던 관념을 충격적으로 밟아 버림, 마치 변신에서의 무기력하고 나약했던 그레고르의 아버지가 갑자기 벌레 잠자에게 초인의 능력을 발휘해 사과를 던지는 장면처럼. 인지부조화를 이용했지만 여기서 또 주목할만한 사실은 또 있음.

카프카는 유독 자신의 작품에서 유머를 드러낼 때 ‘동작’ 그 자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작업했다고 함. 그래서 위에 내가 보여준 작품 선고에서도 그가 유머를 발산하는 과정이 굉장히 동적임.

카프카가 이러한 형식의 유머를 구사한 이유는 흔히 당시 흥행하던 슬랩스틱과 과장된 몸짓의 향연이었던 영화와 연극의 영향이라고 보는데 여기서 잠깐! 카프카가 천재인 이유: 그러한 동적인 유머는 오로지 카프카가 조율한 문자의 세계 속에서만 존재가 가능하다는 사실임.

내가 이 동작의 개념을 굳이 소개한 이유는 카프카는 신기하게도 여러가지 움직임의 디테일을 포착해 유머를 구사할 수 있었다는 작가라는 사실임. 문학작품 속에서 녹이기 지극히 힘든 이러한 동적 혹은 슬랩스틱적 요소. 이러한 요소가 놀랍게도 기괴를 유머로 승화시키는 유일한 통로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카프카가 시간, 공간, 상황 무엇보다 동작에서 드러나는 유머의 특이성을 가장 잘 포착한 작가라는 소리도 됨.

왜 카프카가 위대한 유머작가인지 살짝 감이 왔으면 좋겠다. 나는 도대체 카프카가 왜 유머작가라고 불리는 지 궁금했음. 그래서 한번 분석해보려고 했는데, 어떤 교수님이 카프카의 유머를 이해하기 위해선 동작과 제스처를 주목해야된다고 하길래 카프카의 10페이지 단편 선고를 읽다가 머리가 띵할 정도로 유머가 깊게 들어가 있었음을 깨달음.

처음엔 카프카의 유머를 발견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함. 그래서 과연 이 지점에서 내가 웃어야하나? 상황이 너무 심각한 거 아니야? 이건 진짜 기괴하잖아! 라고 하는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정확히 이 지점은 카프카가 우리를 향해 폭소를 할 수 있는 지점임(그래서 본문 제목도 카프카는 여전히 웃고있다임). 마치 그가 소개한 유머작품을 심각하게 듣고 있었던 친구들을 향해 빵터진 것처럼.


“「수만 배는 되겠죠!」 게오르크는 아버지를 비웃기 위해 이렇게 말했지만 그의 입에서 그 말은 지극히 심각한 음색을 띠고 있었다.

그럼 선고에서 가장 웃기며, 기괴한 장면으로 마무리할게.


“「그러므로 넌 이제야 너 말고 뭐가 또 있는지 알겠지. 이제까지 넌 너 자신밖에 알지 못했어! 넌 사실 천진난만한 아이였지만,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악마 같은 녀석이었어! 그리하여 이제 내가 너에게 익사 형을 선고하니 그런 줄 알아라!


“게오르크는 방에서 쫓겨난 기분을 느꼈다. 아버지가 등 뒤에서 침대 위로 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아직 그의 귓전에 맴돌았다.”


소년 시절 부모님이 자랑해 마지않는 탁월한 체조 선수였던 그는 몸을 흔들어 옆으로 훌쩍 넘어갔다. 난간을 붙잡고 있는 손에서 점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그는 자신이 떨어지는 소리를 손쉽게 덮어 줄 버스가 난간 기둥 사이로 지나가기를 엿보며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사랑하는 부모님, 난 언제나 부모님을 사랑했어요!」 그러고는 아래로 몸을 떨어뜨렸다.

  이 순간 다리 위에서는 그야말로 끊임없는 차량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결국 불쌍한 게오르크는 체조선수같은 몸동작으로 물 속으로 뛰어들어 익사할 것임.

자 도대체 왜 카프카가 유머작가임? 에 대한 궁금증이 이 글로 인해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좋겠다.

이제 카프카 관련 글 보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만 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