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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의 레빈은 톨스토이의 페르소나라고 알려져있음.
작가 본인의 삶, 삶과 사상적 편력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인물.
이 인물의 여러 특성 중 나에게 가장 도드라지게 눈에 띈 부분은
변덕과 예민함임.
작품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인 '사랑'이란 면에서만 봐도,
이 인물은 키티를 사랑했다가, 원망했다가, 다시 사랑했다가 온갖 치졸한 이유들로 질투하는 동시에
뜬금포로 안나를 만나 매혹당하기도 함.
사상적으로도 마찬가지.
어떤 인물과 대화하고 접촉하느냐에 따라
귀족적 향략에도, 사회주의에도, 무신론에도, 이 인물은 쉽게 빠져들었다가
곧 단점과 모순을 발견하고 소스라치며 빠져나옴.
인격적으로도 비슷함.
이 긴 작품에서 몇 안 되는 개그 장면인 새 사냥 장면을 보면,
(내가 짤로 올린 장면)
얘는 오늘따라 자기 사냥발이 안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같이 사냥하며 자기보다 잘 잡는 동료들을 증오하고 질투하다가
자신 몫의 아침밥이 없다는 이유로 '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거의 울뻔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혼까지 한 새끼가 ㅋㅋㅋㅋ 진짜 울어서 목소리가 떨리는 바람에 자기가 질투했던 남자에게 울었다는 사실을 들킬 뻔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ㅅㅂ, 다시 생각해도 존나 웃기네........... 암튼,
레빈의 여러 특성 중 저런 부분이 내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사실 나도 저런 성정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임.
맞음. 나도 먹을 거에 한없이 진지함...
게다가 한없이 예민하고 뜬구름 잡는 성격을 타고 나서, 생각 많고, 답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다
똥, 된장 못 가리고 일단 뛰어들어 열광하고 또 금방
뛰어들 때의 맹렬함과 똑같이 손톱 끝만한 모순과 단점을 찾아 빠져나오며 학을 떼는.
그동안 난 이런 성격이 일종의 유치함과 저능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고
장점은 전혀 없다고 믿어왔음.
근데 레빈을 보면서 일종의 위안을 찾음.
예민하고 IQ 딸려서 직접 경험하지 않고선 똥, 된장 구분 못하면 어떠냐.
다행히 이런 유형의 인간이 하는 편력이라고 해봐야
실제 행동보단 이념, 사상.. 혹은 고작해야 책 한권, 영화나 음악 하나에 불과한데.
기회비용은 거의 없다시피한 편력임.
중요한 건 저런 시행착오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마음의 에너지겠지.
이 에너지와 예민함의 촉각이 다하거나 둔해지지 않는 한,
설령 작품 속 레빈처럼 마침내 자신만의 진리를 찾는데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살아있음의 고역스러움을 잊을 수 있는 몰두할 무언가는 끊임없이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커트 코베인은 easily amuse하는 인간들을 경멸했다지만,
난 쉽게 즐거워하고 몰두할 수 있는 내 천성이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음.
나름 좋은 독후감이네... 똘이도 지하에서 기뻐할 듯.
레빈의 편력일기를 보게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