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환경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대부분의 SF물들은 이 부분을 아예 다루지 않거나, 적당히 얼버무려버림.


"획기적인 신기술로 환경문제를 한방에 해결했다!!"라는 설정은, 복잡계의 예측불가능성이라는 문제에 걸리게됨.


역사적으로 기술의 진보는 언제나 작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크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


현재의 지구공학 기술도 과학자들조차 어떤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며 두려워하고 있는데


이걸 대충 얼버무린다는건 지적으로 게으르다는 생각밖에 안듬.


단순히 기술 자체의 맹점 외에도, 테드 카진스키는 인류가 환경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이유로 아래의 일곱가지를 들었음.


1) 의도하지 않은 결과(미국의 금주법, 아이젠하워의 평화를 위한 원자력, 린든 존슨의 사회보장제도 개혁, 솔론의 개혁, 녹색혁명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한 정책, 제도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온 역사적 사례들)


2) 수많은 의지들의 투쟁(프리드리히 엥겔스, 사회학자 노버트 엘리어스의 연구.)


3) 공유지의 비극


4) 권력자들의 권력은 생각보다 약하다(송나라 황제 신종과 왕안석의 개혁 실패, 오스트리아 요제프2세의 근대화 정책 실패, 아돌프 히틀러/스탈린의 권력에도 한계가 있었다는 역사학자 로버트 서스턴, 아담 울람의 연구.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권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는 클린턴 로지터의 연구.)


5) 자기보존/자기증식적 인간 집단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쟁(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연구)


6) 설령 위의 5개를 전부 해결한 철인정치를 가정하더라도, "누가 철인왕을 고를 것인가?", "어떻게 그에게 절대권력을 줄 것인가?"라는 문제점. 그리고 어떻게 동일한 가치관을 지닌 유능한 철인왕을 오랜기간 계승할 것이냐는 문제.


7) 설령 위의 6개를 전부 해결하더라도, 어떻게 만족스러운 가치체계를 설계할 것인가? 가치체계가 담긴 헌법이 자세하고 엄밀하게 작성된다면,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헌법은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언어로 작성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동일한 헌법조문으로 완전히 상반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사회를 장기간 일관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이 문제들에 대한 고려없는 SF작품은 진지하지 못하고 가볍다고 볼 수 밖에 없음.


"환경위기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그럭저럭 살고 있다."라는 설정은, 환경위기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보여짐.


환경위기는 단순히 날씨가 좀 더워지고 공기가 나빠지는 정도가 아니라, 생태계 붕괴로 인한 전세계적 식량, 식수, 공기 부족 사태와 전지구적 자연재해로 이어짐. 그 동안 공짜로 누리고 있던 식량, 식수, 공기를 인위적으로 생산해야하니 가격상승은 필연일텐데, 대부분의 인간은 이런 가격상승을 감당하지 못하고, 태풍, 가뭄, 산사태, 지반붕괴 같은 자연재해가 지금이랑 비교도 안될정도로 커질텐데 그걸 문명이 어떻게 견뎌내느냐 말이지.


물론 내용 자체가 "인류는 환경위기를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지구 대신 다른 행성으로 이주했다."라는 설정이라면 좀 낫겠지만, 여전히 우주선에 필요한 필수 원자재들을 지구로부터 공급받지 않고 어떻게 수급했느냐, 우주선 내부에서 다시 인간집단들 사이의 경쟁이 시작되는걸 어떻게 막았느냐는 의문이 남음.




2. 자동화로 인한 실업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SF물에는 인간을 압도하는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과 인간의 신체를 압도하는 로봇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사회에서 자동화로 인한 실업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의문.


당연히 인간보다 월등한 지능, 신체를 가진 기계가 존재한다면, 생산현장에서 인간이 아니라 그런 기계를 사용하는게 압도적으로 이득일텐데, 그로인한 인간 대량실업사태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정부 규제를 통해 인간의 실직을 막는다고 대답할 경우, 체제 경쟁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고 밖에 볼 수 없음.


인간을 위해 생산력 감소를 감수하는 체제는, 인간 따위 신경쓰지 않고 생산력을 극대화 하는 체제와의 경쟁에서 패배할 수 밖에 없을텐데, 인간을 위해 자동화를 규제하는 사회가 장기적으로 존속될 수 있느냐는거지.




나는 SF물을 볼때마다 위의 두가지가 항상 마음에 걸림. 사실 SF장르 자체의 한계가 아닌가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