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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이 책은 지질학자인 윌리엄 글래슬리가 본인의 그린란드 탐사에 대해 쓴 글이다. 탐사 에세이라니. 그것도 그린란드 북극.

꿀잼의 냄새가 느껴졌다. 오지 탐험은 로빈슨 크루소나 캐스트 어웨이, 아니면 뭐 버티컬리미트 등등 흥행보증 스펙타클 쇼 잔치니까.

근데 걸리는 점은 하필이면 과학자다. 내주변 이과충 특: 쌉노잼에 자꾸 원자가 어쩌고 열역학이 어쩌고 뭐가 뭐에 대한 무슨 반응으로..


암튼 소설이 아니지만 서사는 있다. 주인공이 과거 동료들이랑 판구조론 상 지층 지질 구조 변화와 그 역사에 대한 그린란드의 과거 탐사 연구한 논문이 있었던가 했는데 얘들보다 후배격인 후발주자 애들이 저거 사진보니까 가정 자체가 오류라고 학술지에서 디스해서 주인공 크루가 명예 실추, 무엇보다 친구가 마상을 크게 입음. 서사는 복수극이지. 그린란드 지질학계 재탈환을 위해 10년인지 20년인지 만에 세친구 다시 만나서 재탐사를 떠남. 이제 거기서 그새끼들 ㅈ되게 만들 빼박 학술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과연 이들은 그린란드 지질학 통의 자리를 되찾을수 있을까? (스포 ㄴㄴ)



글래슬리의 글은 많은 순간 과학적이면서 동시에 철학적이고 문학적이라 느꼈다. 이는 내가 현장에 함께 하는 느낌을 받으며 동시에 글쓴이의 지식과 사유 과정에도 동화되는 몰입감을 주는듯 했다.

동료들과 해상에서 유빙의 신기루를 볼때 저자가 느낀 마술적 순간을 표현하는 장면과 더불어 내게 최고의 압권은 암석 샘플을 채취하는 장면인데


안간 그슬린 머리카락, 뜨겁게 달군 금속, 사막 먼지 같은 희미한 냄새가 샘플 표면에서 대기로 퍼져 나갔다. 내가 암석을 망치로 깨는 순간 암석이 노두의 얼굴에 꼭 붙어 있을 수 있었던 화학 결합이 깨지고 말았다. 작은 결정에 금이 갔고 알갱이의 경계가 갈라졌으며 밀도 높은 암석에 균열이 생겼다. 결정구조에 갇혀 있던 원자와 분자가 20억년 만에 처음으로 깨끗한 공기와 따뜻한 북극 태양 광선에 노출되었다. 변위되고 깨져버린 초미세한 입자와 무기 분자는 균열된 부위에서 떨어져나와 보이지 않는 원자의 장단에 맞춰 공기중에서 춤을 췄다. 부드러운 바람의 예측 불허한 변화에 맞춰 움직였다. 해방된 파편은 대기중으로 퍼져나가 내얼굴로 다가오더니 결국 나의 기도에 자리한 감각 기관에 영향을 미쳤다.. (중략)

이 깨진 표면은 호기심에서 비롯된 폭력적 행위로 이세상에 탄소와 칼슘, 마그네슘 원자를 쏟아냈다. 그 암석을 만든 모든 것, 평소라면 아주 느린 침식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갔을 모든 것이 일순간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그 암석층 원자는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분자의 구성요소였다. 소듐에서 셀레늄에 이르기까지 모든것이 폭발해 바람에 실려갔다. 이 모든 성분의 화학반응이 낳은 뉴런과 시냅스의 뒤엉킨 네트워크 속에 생각과 상상력이 떠다녔다. 꿈의 잠재력이 그곳에, 내가 냄새를 맡고 있는 그 암석의 원자 안에 있었다.. (중략)

원자와 분자는 한번 방출되면 무언가 새로운 것의 일부가 될 수 밖에 없다. 한떄 속했던 광물 구조와는 완전히 다른 물질이다. 이 작은 샘플을 추출하는 파괴적인 행위는 미약하게나마 해방이자 창조 행위로, 의도적은 아니지만 미래에 작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사물과 현상을 단순 분류 측정하는데서 멈추지 않고 다른 근원적 물음과 이유에 대해 사유하는 매개로 작동시키고 이를 자신의 문학적인 필체로 묘사한다. 때로는 에피쿠로스와 데모크리토스적이고 이의 시적 변용은 루크레티우스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밖에도 인상깊은 장면들이 많지만 적으면 스포니까..

자연에 대한, 우주 안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성찰, 인류 문명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고찰 등이 매 순간마다 저자의 생각을 차지했고 이것들은 탐사 과정의 서사 속에서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게 사건들과 어우러지며 진행된다.

아 나도 언제 북극이나 남극 가보고 싶다.. 죽기전엔 가능할까


숲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