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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판 수레바퀴 아래서 표지. 제목은 수레바퀴 아래서라 수레바퀴 돌아가는 게 표지여야 할 거 같은데 왜 저런 표지를 썼을까 생각했는데 이게 결말 스포였네 ㄷㄷ



처음엔 주인공 한스를 죽이는 결말을 보고

? 내가 그동안 읽은 200페이지는 뭐지 인간의 굴레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날 거 같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음.


근데 헤세가 실제 신학교에 입학했다가 퇴학당한 사실이 적혀있는 페이지를 읽으니 오히려 갸우뚱했던 생각이 도리어 헤세 입장에서는 완벽한 결말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음.


일단 먼저 작가의 당시 교육제도나 사회상에 관한 생각을 암시하는 부분을 발췌해봄.



또 영혼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뛰어난 힘과 능력을 가진 인물을 끊임없이 불신했으며, 평범하지 않은 것과 보다 자유롭고 고상한 것, 정신적인 것을 시샘해서 본능적으로 싫어했다. 그 점에서도 그는 도시의 다른 가장들과 똑같았다.



교사의 의무와 국가가 교사에게 맡긴 직무는 소년들의 거친 힘과 자연의 욕망을 제어해 뿌리부터 송두리째 뽑아버리고, 그 대신 국가가 인정하는 차분하고 절도 있는 이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학교의 그러한 노력이 없었더라면, 지금 행복한 시민과 성실한 관리가 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걷잡을 수 없는 격렬한 개혁가, 쓸데없는 공상이나 하는 몽상가가 되었겠는가! 소년의 내면에는 거칠고 무질서하고 세련되지 못한 어떤 것이 있다. 교사는 우선 그것을 깨뜨리고, 위험한 불꽃은 끄고 밟아버려야 한다. 자연이 창조한 그대로의 인간은 예측할 수 없고 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며 위험한 존재다. 그는 미지의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강이며, 길도 질서도 없는 울창한 원시림이다. 나무를 솎아서 베고 정리해 원시림을 강제로 억제해야 하듯이 학교도 자연 그대로의 인간을 깨뜨리고 정복하고 강제로 억제해야 한다. 학교의 사명은 정부가 인가한 원칙에 따라 자연 그대로의 인간을 사회의 유용한 일원으로 만들고, 병영의 세심한 훈련을 통해 마무리되고 완성되는 특성을 일깨우는 것이다.



천재와 교사들 사이에는 예로부터 깊은 심연이 존재한다. 교사들은 천재적인 아이들을 학교에서 마주하는 순간부터 그들이 끔찍한 만행을 저지를 거라고 생각한다. 교사들에게 천재란 교사들을 전혀 존경하지 않고, 열네 살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고, 열다섯 살에 사랑에 빠지고, 열여섯 살에 술집에 드나들고, 읽지 말라는 책을 읽고, 도발적인 글을 쓰고, 교사들을 경멸하는 눈초리로 노려보고, 교무수첩에 선동가와 감금형 후보로 기록되는 존재이다. 교사들을 자신이 맡은 반에 천재가 한 명 있는 것보다 차라리 멍청한 바보 몇 명이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당시 범용한 것을 초과하는 용량을 지닌 인간들을 시기 질투하는 일반적인 사회 분위기와 천재들의 자연스러운 욕망과 그 힘의 발현을 밟고 없애 천재를 범용한 것으로 전락시키고, 국가의 뜻에 따라 잘 양성된 사회 부속품들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었다는 것임.


그리스 신화 중 프로크루스테스의 일화가 생각났는데, 프로크루스테스의 집에는 침대가 있는데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누이고는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고 함. 이 놈이 더 악랄한 것은 침대의 길이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가 있어 그 어느누구도 침대에 키가 딱 들어맞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일종의 답정너를 하고 있었던 거임 ㄷㄷ



그런데 결국 국가가 국가의 입맛에 맞게 재단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면면들을 원하는 모습으로 재단하려는 게 교육의 목적이라면 본질적으로 이 그리스 신화의 강도와 다른 것이 무엇일까?



이 책은 이러한 교육제도에 대한 상반된 수용태도를 한스와 하일너라는 두 인물로 제시하고 있음


주인공 한스는 이런 교육 환경에 있어 성실하게 수행하며 국가의 뜻에 따라 1등 시민으로 키워질 수 있는 성실한 학생이었음. 당시 집은 부자 아닌 애들이 갈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신학교에 2등으로 입학함. 이런 사회에서 요구하는 주입된 경쟁의식이나 능력주의가 내재되어 공부를 못하면서 짓궂기만 한 다른 애들을 경멸하며 스스로 우월감에 도취되어 있는 애임.


하지만 천재적 기질을 지녔지만 사회에 온갖 불만을 내뿜는 시를 쓰는 하일너를 학교에서 만나 점점 기존에 자신이 순응하던 학교 교육에서 멀어지게 되고 그 좌절감으로 신경쇠약을 겪으며 사실상 퇴학을 당함.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인간들로 여겼던 한 부류인 기계 수습공이 되고 유일한 고향 친구가 수습공으로 첫 월급을 타게 되자 과음하다 강에 빠져 죽어버림.


(자신의 좌절과 오히려 이런 길로 들어설 거였다면 그 늦음을 한탄하기도 하는 부분이 현실의 온갖 수험생이나 공시생들이 오버랩되기도 해서 더 가슴이 아프네)


여기까지가 줄거리고,


사실 한스와 하일너는 사실 둘 다 헤세의 모습인데, 한스는 순응하는 자. 성실히 기존 교육제도와 사회의 틀 안에 순종하는 자이고, 하일너는 기존 교육제도에, 그리고 사회에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는 부류임. 한스는 하일너와 어울리며 하일너의 세계를 동경하게 되고, 성실히 평범하지만 성실한 인간을 양성해오는 교육제도의 정도를 점점 벗어나게 됨. 둘 다 결국 사실상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지만, 한스는 낙오되면서 더 이상 가치가 없는 인간이 되어버림. 스스로 기존 사회에 대하여 어떤 생각도 해보지 않았고 그 길을 묵묵히 따라갔지만 그 길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전혀 가치가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사실상 그것이 한스에게는 사망선고나 다름 없는 것임.


반면 하일너는 스스로의 가치판단에 따라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퇴학 이후 별다른 소식은 소설에도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설령 천재 시인으로 역사에 길이 남는 시인이 되지는 못했을망정 자신만의 세계에 따라 살아갈 수 있는 주체적인 인물이였다고 생각함.


오히려 한스의 죽음은 이런 교육제도의 희생자로 안타깝지만(물론 한스가 이런 좌절에도 불구하고 기계 수습공으로 살다가 숙련공이 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며 세계의 새로운 가치들을 발견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모습이 그려졌다면 더 높은 품격을 지닌 소설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당대 교육을 비판하기 위함이 목적이라면 지금 결말이 더 적합한거 같기도 하고) 자전적 소설이자 신학도를 그만두고 작가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헤세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교육 제도나 사회의 틀 안에 순응하던 한스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신학생로서의 삶과 단절을 선언하고 하일너로서, 작가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헤세 입장에서 봤을 때 의미있는 결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몇 자 적어보게 됨.



이 점외에도 다른 소재들에 대해서도 생각할 점은 더 있어보이지만 기본 지식등의 부재로 인하여 이런 점들에 대해서는 서술할 능력이 없는게 너무 아쉽다. 아만보란 말이 책을 읽을수록 실감돼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