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 책을 읽으면서 <아메리칸 사이코>가 떠올랐다. 영화의 주인공 패트릭 베이트만과 그 동료들은 명문대를 나와서 투자회사를 다니는 엘리트들로 상류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사람들은 옷차림이며 헤어스타일이 전부 비슷비슷하다. 전부 양복을 입고 올백머리를 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심지어 같은 회사를 다니는데 서로 얼굴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패트릭을 데이비스라고 잘못 알아보는 등... 완전히 몰개성적인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이반 일리치 또한 그들와 별로 다르지 않다. 그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자신의 삶은 어린 시절 이후로 위로 올라간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높으신 분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에 저항하려는 희미한 충동이 한때 있었지만 곧바로 떨쳐버렸고, '최고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무로 믿는 것들을 그 역시 자신의 의무로 여기며' 살면서 판사의 지위까지 이르러 연봉으로 수천 루불을 받으며 화려한 집에서 살고 있는데, 죽음을 앞두고 다시 생각해 보니 어릴때의 충만한 기쁨과 풍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신조대로 <편안하고 유쾌하며 품위있게> 살지만 그런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작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아내가 임신하고 나서 신경이 예민해져 짜증을 내고 바가지를 긁자 이런 ‘불유쾌한’ 가정의 상황을 해결하기보다는 업무로 빠져들어버리는 것이 그 일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아내와의 사이는 더욱 나빠지지만 그는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결혼이란 것이 원래 그렇다고 생각할 뿐이다. 말하자면 적당적당한 삶을 살고있는 것인데 이런 생활 태도가 죽음 앞에서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는 원인이 된다.
죽기 직전이 돼서 열심히 살아온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고 거짓된 것이라는 걸 깨닫고 아내와 딸 또한 진심으로 슬퍼하거나 위로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매우 무서운 일이다. 그래도 죽기 직전에 그러한 것을 깨닫고 죽었으니 다행이긴 하다. 이반 일리치의 동료인 뾰뜨르 이바노비치나 시바르쯔는 여전히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카드게임이나 하면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 또한 죽을 때가 되어서야 이반 일리치의 공포를 느끼게 될지 모를 일이다.
옛말에 새는 죽을 때 그 울음이 슬프고 사람은 죽을 때 그 말이 착하다고 했는데 바로 이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죽기 전에야 깨닫고 간 게 안타까울 따름...
ㄹㅇ 죽기전에 읽어야할 소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