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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주인공 간의 행복한 결혼으로 끝맺는데, 이 과정에서 작가가 독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인공들을 위해 이런 결말을 주자고 설득한다는 거임

사실 어떤 결혼, 결합 혹은 죽음이나 생이별로 작품이 결말 지어지는 거는 문학의 오랜 전통인데(일리아스나 오디세이아를 보라!)

실제 우리 삶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지. 결혼 후에도 그 관계가 파탄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나의 죽음 너머에도 누군가의 삶은 지속되고 있음.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인생의 분기점 하나를 결말로 생각하고 믿어버리고 말아버림. 마치 수능 이후엔 자유가, 결혼 이후엔 행복이, 죽음 이후엔 안식이(이건 그나마 사실일지도) 무조건 있을 것처롬

그런 의미에서 필딩이 결말을 내는 방식은 고전 문학의 한계 같으면서도 이걸 인정하고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는 점에서 나름 혁명적이라 생각함. "실제 삶은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독자들이여, 주인공들을 위로하고 적절한 끝맺음을 위해, 이 정도는 양해해주지 않겠는가?"

역시 고전은 읽고 곱씹을수록 우러나는 깊은 작품들에 붙어야한다. 그냥 평범한 서사에 작가의 목소리와 상념이 결합하고 자기 작품 자체에 대해 논하게 되면서 서사의 근본적인 한계를 탐구하는 소설이 되다니

그리고 이런 나 같은 사람 아니면 찾아보지도 않을 작품을 정발해주는 대산 세계문학총서는 갓시리즈다 다시 한 번 찬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