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근하고 지나갈 때마다 늘 들어가볼까 생각하는데

에이잉 못가겠다 하고 지나쳐 감 

작은 규모에 구조도 일자 형태고 자리가 적어서 그런가 늘 만석임


보아하니 책 읽거나 공부하거나 글쓰거나 거의 죽치는 사람들 같은데..

벽 서가에 책은 많아 보여서 안에 구경하고 싶은데

테이블이랑 서가가 너무 붙어있어서 들어가면 민망할 거 같음

진짜 서서 구경하면 허벅지에 테이블 모서리 찍힐 정도

커피가 맛있다는데 커피맛이 궁금한데...


한번은 고등학교 동창인 여자애가 인스타에 거기 갔다고 글 올렸길래

사진 확대해 보니까 내가 일했었던 출판사 책을 읽고 있는 거임

그래서 댓글로 책 재밌어? 거기 좋아? 하고 쿨한척 썼다가

게시버튼을 누르지는 않았음

걔가 고등학교때 내 친구 두 명이랑 사겼는데

그 사실 때문에 친구끼리 대판 싸우고 서로 지금은 연락도 안하거든


걔는 애가 생머리에 눈빛도 묘하고 뭔가 성숙해서

누구는 걸레라고 하고 누구는 여신이라고 하고 늘 풍문이 따랐는데

아무튼 지금은 뭘하고 사는지 도무지 모를 그런 사람이 되었어


가끔 인스타에 올라오는 글들은 

내용없는 풍경이미지나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책 보는 것들

그러고보니 나는 걔랑 왜 맞팔인지 그게 기억이 잘 안 난다

예전에 내가 찍었다 인스타에 올린 황인찬 시집 한 부분에

시집추천좀! 하고 댓글 남겼길래 모른 척 씹은 적은 있는데

그게 황인찬 시집 희지의 세계에 삽입된 종로사가


종로사가 / 황인찬
앞으로는 우리 자주 걸을까요 너는 다정하게 말했지 하지만 나는 마음을 안다 걷다가 걷다가 걷고 걷다가 우리가 걷고 지쳐 버리면, 지쳐서 주저앉으면, 주저앉은 담배에 불을 붙이면, 우리는 서로의 눈에 담긴 것을 보고, 보았다고 믿어 버리고, 믿는 김에 신앙을 갖게 되고, 우리의 신앙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깊은 곳에서 빠져나올 없게 되겠지 우리는 거리를 끝없이 헤매게 거야 저것을 빛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너는 말할 거다 저것을 사람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너는 말할 거고 그러면 나는 그것을 빛이라 부르고 사람이라 믿으며 그것들을 하염없이 부르고 거리에 오직 사람만 있다는 , 영원한 행인인 사람이 오래된 거리를 걷는다는 , 오래된 소설 같고 흔한 영화 같은, 우리는 그러한 낡은 것에 마음을 기대며, 우리 자신에게 위안을 얻으며, 심지어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게 수도 있겠지 너는 손을 내밀고 있다 그것은 잡아 달라는 뜻인 같다 손이 있으니 손을 잡고 어깨가 있으니 그것을 끌어안고 너는 나의 뺨을 만지다 나의 뺨에 흐르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겠지 거리는 추워 추워서 자꾸 입에서 김이 나와 우리는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라 느끼게 것이고, 느낌을 한없이 소중한 것으로 간직할 것이고, 그럼에도 여전히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 그런 것이 우리의 소박한 영혼을 충만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는 추위와 빈곤에 맞서는 숭고한 순례자가 되어 사랑을 거야 아무도 모르는 사랑이야 그것이 너무나 환상적이고 놀라워서, 위대하고 장엄하여서 우리는 우리가 이걸 정말 원했다고 믿겠지 그리고 신적인 예감과 황홀함을 느끼며 그것을 견디며 끝도 없이 거리를 걷다가 걷고 걷다가 그러다 우리가 잠시 지쳐 주저앉을 , 우리는 서로의 눈에 담긴 것을 보고, 거기에 담긴 것이 정말 무엇이었는지 알아 버리겠지 그래도 우리는 걸을 거야 추운 겨울 서울의 밤거리를 자꾸만 걸을 거야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서 그냥 걸을 거야 우리 자주 걸을까요 너는 아직도 나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나는 너에게 대답을 하지 않고 이것이 얼마나 오래 계속된 일인지 우리는 모른다


옛날에 단단했던 것들이 지금은 물러지기도 하고 

걔랑 십 년 동안 열 마디도 안해본 것 같은데

그냥 좀 더 잘 알게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음주에 북카페 지나가면 그냥 테이크아웃이나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