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롯

스티븐 킹 단편선 수록작

작가:스티븐 킹

출전분야: 문학

나는 힙합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중 하나인 에미넴의 노래 ‘Lose yourself’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Mom, I love you, but this trailer's got to go. I cannot grow old in Salem's lot./ 엄마,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그러나 이 이동식 주택은 움직여야해요. 저는 이 세일럼스 롯에서 살 수 없어요.” 세일럼스 롯의 뜻은 검색해보고 난 뒤, 대충 ‘무서운 영화에 나오는 괴기스런 공간’ 정도로 알고 있었으나, 스티븐 킹이라는 위대한 작가를 알게 되면서 이 또한 이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편 소설 세일럼스 롯과 단편 소설 예루살렘 롯이 둘 다 존재하며, 둘 다 같은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내가 읽은 것은 예루살렘 롯이라는 단편 소설이며, 시간을 내서 장편 소설도 읽고 독후감을 쓸 것이다.

 

스티븐 킹은 두말 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위대하다. 아니 위대하다는 말로도 모자라다. 그의 서문을 읽는 순간부터 그에게 빠져버렸다. 

그는 엄청난 양의 장편, 단편 소설을 썼다. 심지어 만화와 그래픽 노블의 각본도 썼고, 영화화가 된 소설들도 많으며 아예 영화의 각본들도 썼다. 그의 유명한 작품들은 <쇼생크 탈출>, <샤이닝>, <미스트>, <스탠 바이 미>인데, 아마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작품들이다.          

그는 우리 정신의 망에 걸리는 무언가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예술이라고 했다. 내가 언젠가 희미하게 생각했던 것인데, 거시적 세계에서 존재할 수 없는 추상들을 구체적으로 가져와 독자들에게 보여줬다. 그는 진정 예술가다.  

 

예루살렘 롯은 편지 형식으로 되어있다. 1850년경, 찰스 분은 그의 사촌이 죽은 뒤 물려받은 저택으로 향하여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편지는 찰스의 친구인 본스에게 보내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본스는 이야기와 아무 관계가 없다. 그는 굳이 말하자면 맥거핀일 뿐이다. 

 

1850년 10월 2일, 찰스 분은 채플웨이트 지역에 도착한다. 그의 일을 도와주는 조수 캘빈과 함께. 찰스 분의 사촌 스티븐의 죽음에 따라 이 지역의 주택이 그에게 양도된다. 근처 마을 프리처스 코너에서는 그들을 환영하지 않는다. 찰스는 그 이유를 집안일을 도와주러 온 클로리스 부인에게 묻는데 그녀는 이 집이 줄곧 불길했다고 얘기한다. 그녀는 어린시절 부터 이곳에서 일했었는데, 그때마다 집 안에서 쿵 떨어지는 소리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였다. 이 저택은 로버트 할아버지와 동생 필립이 싸우고 난 뒤부터 불행이 찾아왔을 거라고 한다. 심지어 찰스의 삼촌 랜돌프의 딸 마르셀라가 사고로 죽고, 삼촌은 자살한 적이 있었다. 

한편, 찰스의 조수 캘빈은 서재에서 계속되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한 오래된 지도를 발견한다. 흥미가 생긴 찰스와 캘빈은 예루살렘 롯이라는 근처에 버려진 마을로 향한다. 그 마을은 수북이 쌓인 먼지와 함께 버려져 있었다. 그곳에서는 이상한 썩은 내가 났는데, 찰스는 이를 세월이 썩는 냄새라고 묘사하였다. 

한 교회에 들어서자, 교회에는 루벤스를 모방한 외설적인 그림들과 함께 뒤집힌 십자가가 있었는데, 이로 보아 사탄을 찬양하는 공간임을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설교대 위에는 오래된 가죽 책이 있었는데 찰스는 그 책을 만지자마자, 세상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찰스와 캘빈은 뒤도 보지 않고 교회에서 빠져나온다.

10월 19일, 찰스는 정해진 시간에 오지 않는 땔감 때문에, 프리처스 코너로 내려간다. 프리처스 코너에서 나무꾼 톰슨을 만나지만, 톰슨은 이유 없이 괜히 공격적이다. 그는 할 수 없이 집안일을 도와주는 클로리스 부인을 만나고, 과거 저택에 대한 일화 중 일부를 듣게 된다. 1789년 10월 31일 필립 분 (로버트 할아버지의 동생)은 예루살렘 롯 지역 사람들과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요즘 들어, 마을에서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며, 그녀는 찰스에게 마을을 떠나기를 당부하며 말을 맺는다.

10월 22일, 찰스는 건강을 점점 잃어가고, 집에서 나는 소리의 원인을 찾기 위해, 캘빈과 함께 지하실로 들어간다. 지하실에서는 그의 삼촌이 자살한 공간을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 이빨이 다 빠진 불쾌한 유령과 맞닥뜨리고, 다른 편에서는 시체의 얼굴을 가진 소녀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게 된다. 찰스는 50년간 잠자던 세일럼 마을에 본인이 악의 힘을 깨운 것이 아닐까 걱정한다.

10월 24일, 찰스는 마침내 조수 캘빈과 함께 로버트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해독, 마침내 마을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 일기엔 1789년 6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필립 할아버지가 없어지기 전까지의 일이 담겨 있었다. 프리처스 코너와 채플웨이트 마을이 생기기도 전에, 1710년, 예루살렘 롯이라는 마을이 먼저 만들어졌었다. 제임스 분이라는 광신자가 이끄는 청교도 집단은 귀신을 쫓는 의식을 정기적으로 행했고, 근친상간, 신성 모독 등등 죄악을 거침없이 행하였다. 분이라는 성씨에서 보듯, 찰스도 그가 본인의 집안의 사람일 것이라는 것을 유추해 낸다. 증조부 케네스 분은 다른 지역에서 살았지만, 그의 아들들인 로버트와 필립이 이 곳에 와 채플웨이트를 짓게 된다. 케네스 분의 아버지가 바로 제임스 분, 즉 찰스의 고조부 되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광기를 떠났지만 본인의 아들들은 다시 그 광기 속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동생 필립은 그때 이미 제임스 분 종교 집단에 미쳐있어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로버트는 필립이 더 이상의 종교 생활을 금하는 것으로, 필립이 부탁한 ‘벌레의 신비’라는 책을 구해준다. 27일 마지막 장에는 예루살렘 롯에서 그 종교 집단과 함께 필립이 어떤 의식을 거하는 것을 본 것이 쓰여있다. 

11월 4일, 여전히 계속되는 벽에서 나는 소리와 함께 찰스와 조수 캘빈은 이제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예루살렘 롯으로 다시 한번 향한다. 교회에 도착하여, 찰스는 누군가 교회를 박살 낸 것을 보게 된다. 멀쩡한 물건은 설교단 하나였고 그 위에는 양의 머리가 있었다. 찰스는 고대의 주문이 적힌 오래된 가죽 책을 파괴하기로 했다고 말한 뒤, 양의 머리를 치운다. 교회 전체가 그들을 삼키려는 듯, 시공간이 뒤틀려지기 시작한다.

 찰스는 그곳에서 필립 할아버지와 제임스 분을 보게 된다, 많은 악의 형상들까지도. 그들의 귀에는 이상한 주문이 읊어지고, 찰스는 이상한 존재에 의해 몸이 잠식되어 그들의 주문을 직접 읊게 된다. 그의 조수 캘빈이 그를 밀쳐, 그의 정신을 깨우지만, 캘빈은 어디선가 나타난 괴물에 의해 몸이 두 동강 나 죽음을 맞이한다. 찰스는 가지고 온 성냥으로 책을 태워버리고, 괴물은 소리를 지르며 사라진다. 

책은 다 태워진 채, 찰스는 기력을 잃고 쓰러진다. 그 뒤, 그는 누군가 자신을 향해서 오는 것을 느끼는데, 바로 제임스 분이었다. 제임스 분은 죽어있지도 살아있지도 않은 상태로 끔찍한 모습을 한 채, 찰스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찰스는 온 힘을 다해 교회에서 빠져나가고,  마침내 그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악마 같은 핏줄을 끝내기로 하고 그의 마지막 편지를 작성한 뒤, 바다로 몸을 던진다.

찰스 분이 분 가의 마지막 핏줄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찰스의 또 다른 사촌인 제임스 로버트 분이 찰스의 모든 자료를 저택과 함께 받았지만, 그는 그 이야기를 믿진 않는다. 찰스는 아내와 사별한 이후로, 편집증과 유사한 질병을 앓았고, 실제로 찰스도 스트레스로 인해 병의 증상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편지에 적고 있기 때문에, 그는 그것을 찰스의 환상으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가문의 일들을 소설로 내볼까 하는 참에 채플웨이트로 오게 되고 편지의 말미에는 그가 이상한 소리를 듣는 것으로 작품은 끝이 난다.

 

편지 형식으로 되어있던 소설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후로 두 번째로 보게 된 것인데, 내용 전개가 무척 참신했다. 소설엔 조수 캘빈의 메모도 나온다. 캘빈은 찰스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위험한 곳에 그와 함께 간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제임스 로버트 분은 그것이 찰스가 겪었던 환상이며 그의 편집증을 완성하기 위한 조작으로 치부했다는 것이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클로리스 부인과 그 밖의 몇 여성들은 그 뒤로 일을 하러 오지 않는데, 클로리스 부인에게서 들어보듯, 찰스가 어둠의 힘을 깨운 이후로, 그녀는 관절염을 심하게 앓았다,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 모두 비슷했다고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7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소설이었지만, 이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이야기도 단편 소설이니만큼 어떠한 떡밥만 던져주었지만, 그 자체가 이미 너무 매력적이라서, 그 이후에 나올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의 삼촌과 사촌은 어떻게 다치고 어떻게 죽었을까? 가문에 불화가 필립과 로버트의 일화로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그 뒤 후손들은 어떠한 연유로 이러한 일들을 공유하지 못했을까? 더 빨리 알았다면 무언가 최선의 방도를 택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그들은 같은 분 가문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 것일까? 너무 제임스 분과 필립은 살지도 죽지도 않은 경계에서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이 이야기의 답은 장편소설 세일럼스 롯을 봐야 나올듯 하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동안, 나는 어둑어둑한 달빛 아래, 쏙독새들의 지저귐들과 함께 채플웨이트의 저택에 캘빈과 찰스와 함께 있었다. 프리처스 코너 마을 사람 중 하나가 기형아를 낳았다며 찰스에게 떠나달라 당부하는 클로리스 부인이 보인다, 나무꾼이 찰스에게 돌을 던졌다. 먼지로 가득찬 예루살렘 롯도 보인다. 신성함이 사라진 어두운 교회에 시뻘건 불 빛이 보이는 듯하다. 아, 저택 벽에서 무언가 긁히는 소리를 들은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