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젊음은 어떠한 모습인가

 

: 이문열 - 젊은 날의 초상

출전 분야 : 문학

 

흔히 나이가 그 기준이 되지만,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을 가리켜 특히 그걸 꽃다운 시절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표현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세상 일이 항상 그러하듯, 꽃답다는 것은 한번 그늘지고 시들기 시작하면 그만큼 더 처참하고 황폐하기 마련이다. 내가 열아홉 나이를 넘긴 강진에서의 열 달 남짓이 바로 그러하였다.” -하구의 서두

 

대학에 들어간 첫해 가을을 앞뒤해서 급우들 사이에는 스스로를 인자로 지칭하는 해괴한 말버릇이 유행하였다.” -우리 기쁜 젊은날의 서두

 

이제 그 겨울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미 한 가정을 거느렸고, 매일매일 점잖은 복장과 성실한 표정으로 나가야 할 직장도 있다. 또 나이는 어느새 서른을 훌쩍 넘어 감정은 많은 여과를 거쳐야 하며, 과장과 곡필로 이루어진 미문의 부끄러움도 알게 되었다. 지금부터 꼭 십 년 전이 되는 그해 겨울 나는 경상북도 어느 산촌의 술집에 방우로 있었다. -그해 겨울의 서두

 

젊은 날의 초상은 이문열의 자전적 소설로, 한국문학의 청춘소설의 대표격으로 불리우며, ‘젊음을 가장 잘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1부 하구, 2부 우리 기쁜 젊은날, 3부 그해 겨울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의 형태를 갖고 있는데, 위 세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주인공의 개인적 체험에 근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삼부작은 작가 자신의 경험적 축적을 자서전적인 구성법에 의거하여 펼쳐놓았다고도 할 수 있다. 삼부작은 전체적으로 라는 일인칭의 서술자인 젊은 주인공이 등장한다. 고통스러운 여로를 겪으며 자기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문열 작가 본인이 작가가 지난날 경험한 것을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한 점을 생각해 본다면, 작가의 자전소설인 젊은 날의 초상이 재미없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작가는 본래 시간순으로 작품을 발표한 것이 아닌, 그해 겨울->하구->우리 기쁜 젊은날 순으로 발표하였다. 이문열이 이 작품을 탈고한 것이 등단 전임을 고려했을 때, 개별적인 작품으로 작품성이 뛰어난 그해 겨울을 가장 먼저 발표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하구그해 겨울은 각각 이문열 중단편 전집에 수록되어있기도 하다. 이문열이 이 작품을 하나의 장편소설로 발표하지 않고 삼부작을 의도한 것은, 젊음이라는 제재의 독특한 성질에 알맞은 이완된 형식을 원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첫 문단에도 언급했듯이, 한국문학의 청춘소설(성장소설)의 대표격인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이문열은 성장기에 겪어야 하는 젊은이들의 고뇌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으며, 자신이 체험한 바 있는 젊음의 시절, 그 정신적 충격과 아픔의 시련 등을 근간으로 소설적 구성의 완결성을 시도했다. 그가 이 작품에서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는 젊음의 시기는 소아와 성년의 중간 단계에 있는, 성년의 단계로 입문해 가는 격렬한 변화의 시기에 젊은이들이 겪는 정신적인 방황과 고통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청춘, 젊음이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기에 젊음이란 흔들리는 상태인 것 같다. 젊음과 흔들리는 상태라는 두 단어가 꼭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젊음의 시기 속에서 누구나 흔들리며 자라난다. 흔들리지 않는 청춘은 없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다음으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청춘은 언제 끝이 나는가? 청춘에서 어른이 되려면 일종의 통과제의를 거쳐야 한다. 고대에는 많은 민족이 성년이 된다는 의미에서 남성의 성기 일부를 잘라내는 행위인 할례를 했다. 이처럼,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언가를 잃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가 겪게 되는 젊음의 시절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 단계는 작품 중 1부인 '하구'에서 잘 드러난다. '하구'의 사전적 의미는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어귀'이다. 위와 같은 뜻이 암시하는 바는 다름아닌 청춘의 시기가 하구와 같다는 의미이다. 긴 강물의 흐름이 막 바다와 마주치게 되는 단계인 하구에 이르면, 강물은 흐름을 멈추며 바다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이질적인 세계에 편입된다. 이때 고뇌와 방황, 고통 등이 수반되는 일은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주인공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 사회에서 소외를 당한 상태, , 사회로부터 유린된 상태에서 타인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생의 방향을 스스로 가늠하기 시작하는 고통의 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겪는 충격과 변화는 인간이 청춘에서 성년에 도달하는 순간 직면하는 가장 치열한 삶의 체험과 대치된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의 첫 구절이기도 한 하구의 첫 문장에서 다른 인상깊은 점은, 인생을 에 빗대어 표현해 이문열 본인이 소설을 통해 모색하려 했던 참혹한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영웅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문열의 또다른 대표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도 잘 나타나 있는 것처럼, 그의 소설 속에서 영웅은 일그러진 존재이다. 완전무결해 보이지만 실상 콤플렉스(complex)와 이루지 못한 욕망에 허덕이는 일그러진 존재들이다. 그 몰락은 누구 할 것 없이 처참하다. 그들은 자신의 실책으로 인해 몰락한다. 역설적으로, 그렇다면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영웅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문열은 묻고 있다. 이문열은 하구의 첫 문장에서 꽃이 한번 그늘지기 시작하면 그만큼 더 처참하고 황폐해진다고 표현하며 일그러진 영웅의 몰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2우리 기쁜 젊은 날에서 구체화되는데, 본인이 동경했던 대학시절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자신의 이상과 현실이 반대되는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고뇌하게 되는 단계이다.

2부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작중 화자가 혜연이라는 여자친구를 위해 쓴 소설의 결말 부분이었다. 내용은 대강 한 순례자가 길을 걷다 만나서 도움을 준 여순례자가 부탁한 해를 따는 것을 시도하는 내용이었는데, 여러 지역을 다녀와서는 결국 해의 모조품만 가져올 뿐, 해를 구하지 못하고 여순례자를 처음 만난 자리로 와서 죽었다. 그런데, 그 자리엔 죽은 순례자의 심장이 태양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일전에 혜연이 해를 따달라고 말하자, 그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작품에서 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나는 다름이 아닌 젊은이가 추구하는 이상향이나 이념 정도라고 생각된다. 젊을 때는 그런 것을 탐구하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화자는 그 이념을 찾기 위해 2부의 결말에서 대학을 포기하고, 현실속에 뛰어들어 진리를 탐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 이념은 찾지 못하고 끝이 난다. 진리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 수도 있다. 젊은 날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생각한 의 의미이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삼부작 중 가장 먼저 발표된 그해 겨울과 관련된다. 바로 위의 문단에도 언급했듯이, 주인공은 대학을 포기하고 무작정 현실속에 뛰어든다. 그런 방황과 고뇌의 시기, 숱한 시련과 고통을 겪는 격렬한 삶의 순간이 결코 부정적이기만 한 시간들은 아니다 고통과 고뇌, 방황을 통해 청춘은 삶의 의미를 인식한다. 결국 그해 겨울의 결말에서, 주인공은 바다에 도착해 삶의 의미를 찾지만, 한참동안 찾지 못한다. 그런데, 파도에 휩쓸려 떠오르지 못하는 한 마리의 갈매기를 보는 순간, 자의식을 일깨우게 된다. 청춘이 끝나간다는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이라는 것을 깨달아서일까, 주인공은 지니고 있던 유서와 약을 바다에 던지고, 서울로 돌아와 새롭게 출발하게 된다.

돌아가자. 이제 이 심각한 유희는 끝나도 좋을 때다. (중략) 그러나 갈매기는 날아야 하고 삶은 유지돼야 한다. 갈매기가 날기를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갈매기가 아니고, 존재가 그 지속의 이지를 버렸을 때 그것은 이미 존재가 아니다. 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

주인공은 여러 가지 사건으로 방황을 한다. 그는 고뇌한다. 독이 든 성배를 마셔야 할지, 던져야 할지 고민한다. 그의 치열한 고민은 바다에서 끝이 난다. “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

 

 

주인공은 잔을 받고 기꺼이 비웠다.

나도 그 잔을 받아 주인공과 잔을 부딪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