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대학 1학년생이던 여름방학 때였다.
친구와 여행을 가려고 아버지에게 꽤 큰돈을 요구했다. 

  
아버지는 “서가에 꽂힌 영어책 중 아무거나 뽑아서 한 페이지만 번역해 그게 마음에 들면 요구한 금액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아들은 보기에 멋진 두툼한 하드커버 책을 뽑아왔다.
아버지는 “다른 책을 가져오는 것이 어때?”하고 운을 떼며 “옆에 펄 벅의 책이 있을 텐데”라고 말했다.
아들은 자존심 때문에 처음 고른 책을 번역하겠다고 우겼다.
   
아들은 한 문장도 해석하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그 책은 제임스 조이스  ‘피네간의 경야’였다.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아들이 요구한 금액의 절반을 주었다. 

  
- 이권기 부산 경성대 교수 회고 "이병주, 그리운 나의 아버지"를 토대로 신동아에서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