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천편일률적인 재미포인트(감상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읽을 때 초점을 잘못 맞추면 고생하기 쉽다.
특히 독서 짬밥이 낮던 시절에는 책에 맞춰 읽는 게 아니라 내 재미포인트를 책에 대입하던 때라 안 맞는 책이 너무 많았었다. 정확히는 '무슨 재미를 느껴야하는지' 모르던 때였다.
다행히 이런 잼민이 시절은 마이클 로보텀의 '산산이 부서진 남자'를 통해서 깨졌다. 재독의 즐거움을 선사해줬기 때문이다. 재독할수록 보이는 것들, 그건 다시 말해서 소설이 제공하는 재미포인트였고, 난 그걸 재독을 통해 발견했다.
그때부터 내 독서는 다른 방향으로 잡혔다. 내가 원하는 재미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책이 선사해주는 재미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 읽는 것. 내가 책을 선택하고 사고 읽는 형식이지만, 책이 날 초대했고 내가 기꺼이 응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거다.
그렇다고 단번에, 초독에 소설의 감상포인트를 잡게 된 건 아니었는데, 다행히 이 부분은 내가 창작도 겸하고 있어서 빠르게 해결됐다. 쓰는 실력이 늘수록 책에서 작가의 의도를 짚어보는 게 쉬워졌기 때문이었다.(그와 별개로 나는 소설 내적 텍스트에만 집중해서 외부 텍스트와 연계하는 건 꽝이었다.)
이후로 어지간한 소설은 초독, 그것도 도입부에서 어디에 집중하고 어디가 재밌는지 파악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읽으면 십중칠팔은 들어맞는다. 그때부터 꿀잼 독서 시작인 셈. 그렇게 다 읽고도 내가 더 찾지 못한 느낌이 들면 재독하는 거다. 리뷰 쓰면서 재독하는 것도 포함해서.
물론 소설의 감상포인트를 찾아도 내가 거기에 온전히 따라가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카뮈의 이방인, 도끼의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그랬고, 한국 겉절이 문학이 대체로 그러했다. 머리로는 이 부분이 강조점이고, 이게 특징이고, 이런 파트를 남들이 재밌어 하는구나 하고 이해하지만, 도무지 공감이 잘 안 되는 것이다.
시간과 여유가 충분했다면 이것들을 재독하면서 이해해보려고 했을지 모르지만, 내 인생에 아직 읽지 못할 꿀잼(으로 기대되는) 책들이 너무 많은 관계로 재미없으면 재미를 못 느낀 이유에서 그치는 편이다. 혹은 도무지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치워버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겉절이 리뷰가 대체로 그랬다.)
개인적으로 소설 특유의 감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다. 설국의 묘사라든지, 도끼의 장광설, 긴다이치 시리즈, 향수, 럽크, 클라크, 웰스 등등...... 다만 그 감성들이 전부 와 닿는 건 아니라서 '무슨 느낌인지 알겠는데 내 취향은 아닌' 거로 두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내가 이해를 거부하거나 적극적으로 싫어할 수준의 감성은 박상영이랑 2021 젊작상 정도?
내가 재미포인트를 잘 느끼기 힘든 건 역시 외부텍스트가 많은 소설들이다. 조이스를 읽고는 싶은데 두려운 이유가 외부텍스트가 장난 아니게 많아서...... 내 빈곤한 지식을 탓해야 하는 게 맞는 순서지만, 본래 작품관도 창작관도 여러모로 "소설 내적"에서 전부 끝내는 쪽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외부텍스트와 연결짓는 쪽으로는 감상을 안 한다.
개츠비 읽을 때도 1920년대 미국의 시대상이니 아메리칸 드림이니 하는 거 신경 안 쓰고 감상문 다 쓴 다음에야 알았다는 게 유머. 앞으로 내 독서에 있어서 이런 경향은 지속될 것 같다. 외부텍스트를 내가 자체적으로 쌓고 다니지 않는 한...... 안 쌓을 수가 없겠지만 하여튼 그렇다.
소설의 재미포인트, 감상포인트를 찾는 법은...... 작가 입장을 고려해보는 게 직빵인 것 같다. 작가는 이 부분을 어떻게, 어떤 생각으로 쓴 걸까.(사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외부텍스트가 풍부하다면 더 잘 찾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도입부에서 집중하는 게 무엇인지, 뭘 보여주고자 하는지, 무엇을 기대하게 하려고 하는지...... 독자로서 느끼는 감상을 메타적으로 걸러보는 거다. 일전에 내가 독후감 쓰는 법에서 독중감 남기는 것도 이 과정에 큰 도움을 준다.
다만 이것도 잘 쓴 소설에는 참 잘 먹히는데, 그렇지 않은 소설이나 너무 짧은 소설에는 그냥 재독이 빠르다. 단편은 그래도 장르만 알면 어지간해서 파악하기 쉬운게 순문학 계열은 그게 아니라...... 못 쓴 거는 그냥... 실시간으로 '아 이걸 재밌으라고 그렇게 써온 거구나' 하고 깨닫는다. 김초엽이 특히 그랬음...
근데 이거 셀털 범주에 포함되냐? 되면 짜르셈. 아님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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