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살다 이런 소설은 처음 접함.
아무런 드라마도 없이 극적 전개도 전무하고
그렇다고 수기형식의 문학처럼 내면의 점진적인 고양에도 전혀 관심없으며
오로지 제목 그대로 인간과 세상에 대해 썩은 비소와 늪 같은 암울로 아무 미사여구 하나 없이 건조하게 일관하는
작가의 단순한 편년체적 개인 여정을 아무 의미도 없이 반복해갈 뿐인데
근데 이게 너무나 가슴을 찔러...
읽기가 참 어려운 게 말이 어렵거나 재미가 없어 그렇다기 보다
이 소설은 애초에 독자에게 이걸 읽어야할 아무런 이유를 제시를 안 해. 관심도 없고.
읽으라고 읽히라고 쓴 글이 아니란 소리..
아무 캐릭터도 없이 순전히 자기 자신만을 통해 세상과의 부조리로 어그러지고 불의에 물들어버린 비관적 세계관과 염세적 자조를
마치 사건 진실을 쫓는 자의 고독한 정의감 마냥 투철하게 낯낯이 밝혀내려 함.
민희식 교수의 번역으로 읽었는데, 거의 빙의가 아닌가싶을 정도로 굉장한 수준의 메소드 번역을 보여준다.
이형식의 번역은 너무나 뻔하게 도식적이고 사전적이기만 한데다 불어 특유의 유려한 문장미도 전혀 살지 않아 개비추.
'밤의 끝까지 여행' 뒤에 바로 이어서 집필한 작품인 '외상 죽음'이 이형식 번역 뿐이라는 게 너무 비극임...
한 범 쯤 꼭 읽어볼 만한 소설임엔 분명함.
왜 이 소설이 그 많고 많은 세계문학 전집에 한 번도 끼이지 않아왔는지 너무나 의아할 정도임.
문학 문학 그래서 꼭 어디 거창한 이념이나 이상이 심어져 있어야만 걸작 대우를 받는 탓인지..
이런 우수한 작품을 아는 사람만 아는 듯해 안타까움..
ㄴ씌여진 때가 1차대전 치르고 난 뒤라 전쟁을 통해 인간성이 상실되어 전쟁과 개발에만 호도된 사회가 개개의 인간을 사물화시켜 전혀 존중하지 않게 된 세태 속에서 한 배척 받고 일그러진 인격이 종교도 이상도 가치도 죄다 말라버린 세상 탓에 어디에도 의지하지 못한 체 그저 고해성사를 자기 삶 스스로 지어 벌이는 느낌이죠. 때문에 그 동기나 토대를 단지 가난으로 상정하는 건 다소 편향된 시선 같아 보입니다.
말하고 싶은 바는 알겠으나 팩트제시 하나 하자면 정작 셀린은 인터뷰에서 자기가 학생이라 돈이 없어서 돈좀 벌어볼라고 소설을 썼다고 답함.
ㄴ 뭐 지 말로는 자긴 아파트 장만하려 글쓴다고 하긴 했다지만, 작가 말을 작품이 어떠냐가 아니라 글을 왜 쓰냐 따위에 대한 원론적인 대답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곤란. 작가라 해도 자기가 이 짓을 왜 어떻게 하게 됐는지 왜 쓰는지 정확히 몰라. 그거 고민하다간 더 못 쓰거든. 왜 산악인더러 산에 오르냐고 물었다간 기껏 거기 걍 산이 있어서요라고밖엔 대답 못 듣듯이 저런 것도 그런 뉘앙스임. 셀린 입장에서 돈 벌려 썼다고 한 건 지독한 패러독스임.
ㄴ 셀린 번역된 작품이 아직은 '밤..'이랑 '외상..'이랑 'Y교수..' 이렇게 3개 뿐인 걸로 압니다. 민희식 교수도 말하길 셀린 최고작은 역시 '밤..'이고 뒤로 갈 수록 자기 세계는 더욱 구축해가긴 하지만 다소 작위적이 된다며 큰 의미를 두진 않더군요.
아 밤 끝 읽어보고 싶었는데 좋은 정보 ㄳㄳ 근데 품절되고 중고로 밖에 구할수 없다는게 눈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