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고등학교때 도서관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읽고 질질 짰던게 유일한 독서 기억임 (찐따여서 과몰입함)



이제와서야 독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말도 안되는 이유지만 책이 이뻐서임.

책커버가 이뻐서 가지고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여튼 책을 이제 한 8개월정도 읽으면서 느낀게

생각이 체계화된다고 느꼈음.



나는 어릴때부터 형태가 불분명한 허무하고 염세적인 사상에 빠져 살았던거같음.

종교를 가진사람들이 우스워보였고 인간은 오직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산다고 생각했음.

종교조차도 '자신이 이렇게 순종적인 인간이다'라는 생각으로 자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꼬아서 생각했었지.



그러다가 고등학교가서 찐따되고 집안도 개판나기 시작하면서 그 염세적인 생각이 더 강해졌음.

세상의 어두운 면만 보기 시작함.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다가 ptsd에 시달리던 할아버지가 경찰을 쏘고 사형당한 사건

온갖 학대를 당한 후 콘크리트에 매장당한 여고생 이야기

올림픽 메달리스트지만 부상때문에 은퇴한 후 연금만으로 살아가는 사람 이야기

자살방지 대책이라고 기숙사 창문아래에 그물망을 쳐놓은 폭스콘 노동단지

그 외에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삶을 살고 죽은 수많은 사람들을 상상하면서

나또한 그런 삶을 살게될 확률이 높을것이다 라고 생각함



'나는 행복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그 마저도 찰나일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낄 것이고

행복한 순간도 있고 불행한 순간도 있겠지만 누구나 불행한 순간이 훨씬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함.



그러므로 이 세상은 불행과 고통이 넘치는 세상이다 라는 결론에 도달함.

나는 죽을 용기가 없었기때문에 어떻게는 살아가야하는데

살아가려면 그래도 버팀목이 되어줄만한 어떤 기둥같은게 필요하다고 느꼈음



누군가에게는 그게 종교일수도 있고

그런거 없이도 잘 살아가는 자존감 높은 사람도 있고

현실적인 이유로(가정을 일으켜 세우겠다, 빚을 청산하겠다 등) 목표를 세운 사람도 있겠지만

난 그런게 없었음



그래서 지금까지 우울증약 포함해서 하루에 약을 11알씩 먹고 살고 있었음



그러다가 독서에 취미를 붙이게 되어서 문학 외에도 내가 관심갔던 주제들에 대해서 읽어보게 되었음



나는 철저한 유물론자인데 그런 나조차 어느정도 수긍 할만한 교리를 가진 종교가 있는가를 알아보기도 하고

철학 입문책도 두어권 읽어보고

심리학책이나 자기계발서도 여러권 읽어보고 했는데



당연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내 삶을 극적으로 바꿔주진 못했음.



하지만 어느정도의 위안이 되어주기도 했고 생각을 체계적으로 하게 해주는 효과는 있었음



예를 들어서

내 직업은 개발자인데

나는 이 개발자라는 직업이 정말 싫단 말이야

그 이유를 몰랐는데 이제는 알것같다는 생각이 듦



개발자라는 직업 특성상, 능력주의가 가장 심한 세계라는 이유 때문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개발자의 채용시장이나 구직자들의 포트폴리오, 현직자들의 블로그를 보면

마치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를 보는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모두가 통일된 세계관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고

'나는 이렇게 진보적이고 오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다'를 보여주기 위해 안달난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함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겠지만, 기업들이 선호하는 사상이나 그런기업에 지원하는 구직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말임

모두가 똑같음.

노션, 링크드인, 깃허브 리드미 등을 보면

이모지 사용, 프로필 사진은 제페토로, 최신 테크에 관심 많음 같은 똑같은 모습만 보임



네이버, 라인, 카카오, 쿠팡, 배달의 민족, 당근 마켓, 토스같은 잘나가는 IT기업들도 요구하는 인물상이 하나같이 똑같음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즐길 것

개발을 잘하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는사람일 것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배우는 것을 좋아해야 할 것



그리고 소규모의 스타트업들도 저런 인물상을 똑같이 요구함



사람은 백인백색인데, 저렇게 하나의 통일된 인물상을 요구하고(물론 저런 인물상이 개발자라는 직업에 유리하기 때문이겠지만)

그런 인물상에 자신을 부합하기위해 애쓰는 구직자들의 모습에서 괴리감을 느꼈던거 같음.



이런 여러 잡생각들을 하면서

생각의 정리가 중요하다는걸 느꼈고 가장 중요한건 자기 객관화, 제3자가 되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같은 시도가 필요하다고 느낌



그래서 최근엔 불교랑 위빳사나 명상 관련 책들을 읽고있음



머리가 나빠서 어렵긴 한데 그래도 '책은 이런식으로 골라서 읽어야겠구나' 라는 성과는 얻은 듯



나에게 독서는 빡대가리처럼 그냥 좆같은 인생을 버티기만 하는게아니라

왜 좆같은지 생각을하게 해준다는 수확을 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