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08e5d614dc863cae7b8d83a622fd1e2e1b139102af1bee6610e20ace37e141ee01123a11baafec39eea8cc9301bbb4024b70237055cfcdbe70281fea8c74eeb827ed0f2f807a62adb270f4c0ed3610c095a17c38c467cac1743e0d62deebaf84fe78d57cf5d898732f18d6c49bdfbc9e48b3f6a9175421bd7b1dbf1e72f8c176935a676d85a58c4254d27b43f61e4799de2e3cd72b73e9c997be06af49bcb9b2d1c25d39920e908e2d58358fd6579ceb07424c6b48e5dc40fbf3de040f2f53157c495a62ef439e428ff10fdf224e6cac46a60668bee365112e08bff0ff938470518d2270de


하루키를 한국에서 일약스타로 만들어준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무언가 신비함까지 느껴진다. 무엇이 그토록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하게 만들어 준 것일까. 나는 책 전반에 깔려있는 그 공허하고 고독한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소설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이 곳의 사람들을 한데 묶는 공통점은 바로 고독함이다. 매일 사람을 만나고 잠자리를 가지는 사람도, 사람과의 관계가 무섭거나 질려 동떨어져 사는 사람들도 고독함을 느낀다. 사람이라면 한번은 느껴보았을 이 외로움이라는 키워드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충분했을 것이다. 물론 고독과 우울을 다룬 책은 많다. 하지만 하루키가 특별한 점이라면 현대인의 삶 속에서 느낄법한 외로움을 정확하게 캐치해낸다는 점이다. 화려한 도시의 수 많은 사람들과 수 많은 관계 속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하루키는 너무나 잘 안다.


등장인물들은 성관계를 통해 고독, 공허함을 잊으려 한다. 성관계를 하는 동안은 잊을 수 있지만 관계가 끝난 뒤에는 또 다시 고독함과 공허함이 밀려온다. 그럼 또 다시 관계를 가질 사람을 찾아 다닌다. 결국 근본적으로 고독감과 공허함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 잠깐의 달콤함을 다시 느끼고 싶기에 사람을 찾아 다닌다. 하루키가 말하는 성관계란 서로의 고독감을 완전히 해결해 줄 수 있는 뜨거운 로맨스가 아닌, 잠깐 동안의 쾌락을 맛 볼 수 있는, 끊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관계가 영원할 수는 없는 것일까. 관계의 단절은 크게 두 가지다. 서로, 또는 둘 중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아 헤어지거나, 어느 한쪽의 생이 끝나거나."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죽음은 산 자의 상실이다. 나오코의 죽음을 갑작스럽게 전해들은 와타나베와 독자들은 갑작스러운 죽음에 너무나 가벼운 삶의 무게에 대한 허무함과 공허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렇듯 모두가 저마다의 상실을 겪고 살아간다. 그상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루키는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너 지금 어디야?"라는 미도리의 질문에 와타나베는 답하지 못한다. 이 마지막 장면은 서늘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나홀로 동떨어져 있는,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공포감 말이다. "나는 어느곳도 아닌 장소에서 애타게 미도리를 불렀다." 사람은 끊임없이 타인을 통해 자신을 확인한다. 와타나베에게 미도리도, 나오코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 곳은 어느곳도 아니었고 와타나베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어디에 있냐는 질문은 누가 나의 옆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도 흡사하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위한 개인적인 소설같아 보이지만 소설이 끝나고 나면 내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하루키가 던지는 질문들과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은 하나같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오히려 답을 하려 하면 할수록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정의를 내리기 힘들었다. 아마 정확한 답이 없는, 불완전한 질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불완전한 세상이며 우리는 불완전한 세상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나가사와의 말처럼 자신을 동정하며 사는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기에, 우리는 죽은 자든 산 자든 나의 세상에서 떠나간 자들을 기억으로 남기고 계속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