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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일 년에 네 번, 수업 시간에 청소년 영화를 다같이 보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음.


그 날은 <리틀 러너>라는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을 시로 써서 표현하라는 과제를 내주셨어.


그래서 난 영화에서 떠올린 심상에 나희덕의 시에서 얻은 영감을 녹여서 감상문을 제출했어.


마침내 선생님이 모든 종이를 걷어가시고 학생들이 쓴 작품을 하나하나 천천히 둘러보시더니


맙소사 내가 쓴 시를 낭송하기 시작하는 거야.


난 내 시가 평범하다고 생각했고 반에는 내로라하는 문학소녀들도 많았거든. 그래서 더 의외였어.


옆자리 짝꿍을 빼면 반 친구들 아무도 그 시가 내 작품이라는 걸 몰랐지만


남모르게 선생님께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그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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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가 끝나고 학교 도서관에 가서 자유 독서하는 수업 날이었어.


나는 무슨 객기에서 카프카의 변신을 집어들었다가 물음표에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는데,


선생님은 학생들이 무슨 책을 읽나 둘러보시다가 내 모습을 보고는 흐뭇하게 웃으시더라.


난 부끄러워서 화들짝 정신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미소는 '벌써 그런 책을 읽다니 대견하구나'에 가까운 표정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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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날,


다들 인사하고 작별하기 바쁜 와중에 인파 속을 빠져나오다 선생님과 마주쳤는데


선생님께서 나를 발견하시더니 돌연 두 손을 잡고 신신당부하셨어.


'고등학교에 가서도, 더 나이를 먹고 사회에 나가더라도


책을 계속 읽으라고. 독서는 너에게 큰 힘이 될거라고'.


그게 내가 기억하는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이야.


그 때는 정신없어서 별 감흥을 못느꼈지만,


지금까지 책을 잊고 방황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선생님의 그 말이었어.


다시 선생님을 만난다면 아직도 이렇게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고, 이게 다 선생님 덕분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어.


그리고 서로 좋아하는 작가와 읽은 책 이야기로 실컷 수다를 떨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