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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문체는 아무리 시적이라 해도, 시의 압축된 언어를 가져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소설의 문장은 매끄럽게 이어지는 서사를 담아야 하며, 압축은 그런 서사적 연결의 비약을 부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달에 울다> 는 일종의 편법이다. 글을 잘게 쪼개진 문단들로 구성해서 시처럼 압축시키는 이 소설은 선이 아닌 점으로 이어진 이야기라 부르고 싶다. 한 문단 한 문단이 시처럼 압축된 언어와 살짝 비약된 서사를 지닌다. 허나, 압축된 언어로 말미암은 상상의 세계는 그런 비약을 독자가 직접 채워넣게 도와주고, 소설에 완전히 몰입하게 해준다.


겨우 2센티미터 쌓인 눈으로 거리 질서가 엉망이 되어버린 그날 저녁, 그 돌팔이 의사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지도 않는 소리가 들리거나 있지도 않는 사물이 보이면, 이미 우리 병원의 훌륭한 환자입니다."


겨우 이 두 문장이 한 문단이다. 개인적으로 겐지 문장의 훌륭한 예라고 본다.


나만 알고 있는 사과밭이 있다.

가는 붓을 써서 콩알만 한 크기로 그려놓은 듯, 멀리 있는 산, 사실은 그 산기슭에도 사과밭이 펼쳐져 있다. 모든 나무가 다 튼실하게 자라 있다. 나는 이미 그곳에 여러 번 가보았다.

....

<이하 생략>


이 또한 그렇다. 굵으면서도 지극히 감상에 젖은 문장은 독자에게 순식간에 다가간다.


또, 왠지 모르게 남미 소설이 생각난다. 분명 어느 일본 시골 사내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소설 내내 끊임없이 등장하는 병풍 속 법사 (스님)의 그림은 단지 주인공을 위한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의 삶을 요약하는 동시에 그것을 예언하듯 묘사되며, 어느쪽이 인cause 이며 어느쪽이 과effect 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마술적으로 묘사된다. 그만큼 토속적인 환상이 덧씌워진 소설이고, 그런 상상에 시적인 문체는 더할 나위없이 알맞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이으며 보여주는 시골 풍경, 그리고 그에 따라 덧없이 흘러가는 한 남자의 인생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 생각나기도 한다. 자연이 품은 허무는 의외로 꽤 흔한 소재가 아닐까.


드라이하게 표현된 감상적인 허무. 일본 시골의 풍경은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