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처- 에서 이어짐
인디언들에게 발견되지 않았다면 죽었을 터였다. 밤의 이른 시각에 왼편으로 남서쪽 지평 위의 천랑성을 그리고 저 공허 너머에 여울지는 고래자리를 또 머리 위로는 일주하는 삼태성과 대각성을 두고서 몸을 떨며 웅크려 잤으니 깨어났을 때는 천국이 완전히 바뀌어 길잡이가 되었던 별들은 더는 보이지 않았으므로 마치 잠결 속에서 한 계절을 보낸 것 같았다. 가을 여명에 북쪽 구릉 위로 헐벗은 야만인들이 한줄로 늘어서 쭈그리고 있거나 일어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일어나 다시 움직였고, 그림자가 너무 길고 좁았기에 가는 다리들이 각자 짐짓 조용하게 재깍거렸다. 먼동에 서쪽 산맥이 희끄무레했다. 토착민들은 모랫둑을 따라 이동했다. 조금 뒤 전직 목사가 주저 앉았고 소년은 권총을 든채 그 위로 섰으며 미개인들은 사구에서 내려와 벽화의 정령들처럼 조금씩 주춤거리며 다가왔다.
디에구노스족이였다. 짧은 활로 무장하고 있었고 여행객들 주변으로 모여들어 물병에서 물을 나누어 주었다. 이들은 이런 순례객들을 봐온 바가 있었고 더 끔찍한 고통도 본 적이 있었다. 그 땅에서 힘든 삶을 존속해왔었음에 어떤 잔혹한 목적을 쫓는 자가 아니라면 이런 곤경으로 걸어 들어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고 이에 매 날마다 태양의 온실 속의 끔직한 배양 속에서 제 것들을 추스릴 것들을 찾아다니며 동쪽 세계의 경계에 모였으므로 군대나 역병이나 괴질이나 아니면 어떤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를 기묘한 평정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산 펠리페의 정착촌으로 난민들을 인도했고 마을에는 갈대로 만든 조약한 초막집 몇채와 그 곳을 지나갔을 모험가가 입고 온 목화 셔츠만을 걸친 더럽고 꾀죄죄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점토 그릇에 도마뱀과 주머니쥐로 만든 국을 퍼주었고 말려 가루로 빻은 매뚜기로 만든 피놀레 같은 뭔가를 가져다 주었으며 그들이 식사하는 동안 근처에 쭈그려 앉아 몹시 엄숙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한 놈이 손을 뻗어 소년의 허리띠에 매인 권총의 손잡이를 건드렸고 도로 물러났다. Pistola, 놈이 말했다.
소년은 먹었다.
야만인들은 끄덕였다.
Quiero mirar su pistola, 놈이 말했다.
소년은 답하지 않았다. 남자가 다시끔 권총에 손을 뻗자 소년은 그 손을 낚아채 돌려놨다. 경계가 풀리자 남자는 또 손을 뻗었고 소년은 손을 또 밀어냈다.
놈은 미소지었다. 세번째로 손을 뻗었다. 소년은 다리 사이에 그릇을 내려두고 권총을 뽑아 공이를 당긴 후 총의 아가리를 남자의 이마에 갖다댔다.
그들은 조용히 앉아있었다. 나머지는 바라봤다. 잠시 뒤 소년은 권총을 내렸고 공이를 민 후 허리띠에 집어넣고선 그릇을 집어 다시 먹기 시작했다. 남자는 권총을 보고 손동작을 했고 제 벗들과 말했으며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전처럼 앉았다.
Qué pasó con ustedes.
소년은 그릇의 입가 위의 검고 빈 눈으로 남자를 보았다.
인디언들은 전직 신부를 쳐다보았다.
Qué pasó con ustedes.
전직 신부는 검고 갈라진 목도리를 단 채 상체 전체를 돌려 말을 한 남자를 쳐다보았다. 신부는 소년을 보았다. 소년은 손가락으로 먹고 있었고 이제 손가락을 빨았고 바지의 더러운 옷감에 손가락을 닦았다.
Las Yumas, 소년이 말했다.
이들은 공기를 빤뒤 혀를 튕겼다.
Son muy malos, 남자가 말했다.
Claro.
No tinene compañeros?
소년과 신부는 눈을 마주쳤다.
Sí, 소년은 말했다. Muchos. 그는 동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Llegaran. Muchos compañeros.
인디언들은 낮색을 바꾸지 않고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여인이 피놀레를 더 갖다줬지만 식욕이 일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을 굶었었기에 그들은 손짓으로 여인을 돌려보냈다.
오후에 협곡에서 목욕을 했고 땅 위에서 잤다. 일어났을 때는 벌거벗은 아이들과 개 몇마리가 지켜보고 있었다. 정착촌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 인디언들은 바위층에 앉아 동쪽과 그 쪽에서 올 것들을 쉼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누구도 판사에 관해 말하지 않았고 그들은 묻지 않았다. 개와 아이들이 마을 밖까지 따라왔고 그들은 벌써 해가 떨어지고 있는 서쪽 구릉을 향해 길을 잡았다. 다음 날에는 워너 목장에 도착했으며 그곳의 뜨거운 유황천에서 몸을 추스렸다. 아무도 없었다. 계속 갔다. 서쪽 지방은 구릉지고 풀이 많아 연안까지 이어지는 산맥들이 그 뒤로 펄쳐져 있었다. 그들은 난쟁이삼나무 사이서 밤을 보냈으며 아침이 되자 풀이 얼어 있어 언 잎새 사이의 바람이 들려 왔고 자기네들이 거슬러 오른 음산한 공허에 대한 액막이처럼 보이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그날은 종일 여호수아 나무가 심겼고 벗긴 화강암 봉우리들로 둘러쌓여 있는 대지를 따라 올라갔다. 저녁에 그들 앞으로 독수리 한 무리가 골을 타고 올라갔으므로 저기 풀덮인 산록 위에서 휘청거리며 마치 황야의 고원에서 풀을 뜯는 소와도 같은 곰의 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람을 등진 쪽의 바위층에 눈꽃이 쌓여있었고 밤이 되자 세설이 떨어져 내렸다. 새벽녘에 안개의 연안이 등성이를 가로질러 불어와 부들거리며 길에 올랐을 때 새로 내린 눈 속에서 그들을 쫓아 바람을 따라온 곰이 동트기 직전에 남긴 발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날은 태양이 없고 오직 아지랑이 속의 흰 빛만이 있었으며 땅이 서리로 너무 하얘 관목들은 마치 각기 다른 모양의 극성 이성질체처럼 보였다. 야생 숫양이 저기 바위투성이 요형지를 딛고 승천했고 저 위 눈갈기의 농무에서 회색 회오리가 차갑게 휘몰아쳐, 발연하는 사나운 증기의 영역으로서 마치 저기 위 세계가 전부 불타오르기라도 하는양 풍극 사이로 불어내렸다. 점차 대화가 뜸해졌고 여정의 끝에 도달한 여행객들이 흔히 그러듯 완전히 침묵하게 되었다. 산의 차가운 냇물을 마신 뒤 상처를 씻었고 샘물가에서 어린 새끼사슴을 쏴 먹을 수 있는 부분은 먹었으며 가지고 갈 수 있게 얇게 편 고기조각들을 훈제했다. 곰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으나 근방에서 곰의 흔적이 보였기에 밤을 나기 위해 누울 때까지 능성이를 넘어 도축장에서 꼬박 일 마일을 이동했다. 아침에는 무슨 원시 시대 땅새의 석화된 알마냥 그곳 개활지에 모여있는 뇌석들의 층리를 지나갔다. 태양의 온기를 받을 수 있도록 산맥 아래의 해그늘의 가를 밟고 갔으며 그날 오후에 처음으로, 저 밑, 구름 사이로 푸르고 고요한 바다가 보였다.
길은 낮은 구릉들 사이로 이어졌고 둘은 마차자국을 발견해 잠긴 바퀴가 급제동하며 쇠테가 바위에 흔적을 남긴채 저기 검게 어두워가는 바다로 사라져버린 곳에 도착했으며 해가 떨어지고 온 땅은 푸르고 차갑게 변했다. 나무로 덮힌 암반 아래 올빼미의 울음와 노간주의 향 사이에서 부들대며 잠을 자는 동안 별들이 바닥없는 밤 속을 군영했다.
산 디에고에 도달한 것은 그 다음날의 저녁이였다. 전직 목사가 자기들을 봐줄 의사를 찾아 나섰지만 소년은 포장되지 않은 진흙길을 따라 걸어 갔고 줄로 늘어선 가죽 움막들을 지나 연안의 자갈밭을 건너 해변을 걸었다.
만조선에 걸친 고무질 난파선에 호박색 바닷말이 늘어져 있었다. 물개 시체. 암초의 안쪽 부분에 무언가가 난파되어 있는 것처럼 파도가 하얗게 이를 갈았다. 소년은 모래에 쭈그려 앉아 망치질당하는 수면 위의 해를 쳐다보았다. 저 너머로 구름 섬들이 다홍빛의 공해를 덮고 있었다. 바다매의 그림자. 아래 근해에서 큰 물결이 천둥쳤다. 말 한마리가 어두워지는 물결을 바라보며 서 있었고 달음박질을 하던 작은 망아지가 걸어 돌아왔다.
소년은 해가 쉬익거리는 물결 속으로 잠겨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말은 하늘 아래서 암영으로 서 있었다. 어둠 안에서 너울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고 바다의 검은 거죽에 자글거리는 별빛이 얹히었으며 밤에서 빠져나온 희고 긴 물보라가 해안선을 따라 부서졌다.
그는 일어나 마을의 빛을 향해 몸을 돌렸다. 만조가 남긴 웅덩이에 형광빛 바닷게들이 기어들어가 거뭇한 바위 사이서 용광로처럼 밝게 빛난다. 소금풀을 지나치다 소년은 뒤를 돌아봤다. 말은 움직이지 않았다. 너울 위에 배의 불빛이 반짝였다. 망아지는 머리를 떨군채 말에 기대어 서 있었고 말은 사람의 이해 바깥 저 너머에, 별들이 익사하고 고래들이 자기의 거대한 영혼을 운항하는, 검고 틈없는 바다를 보고 있었다.
님 민음사 번역 어떻다고 생각함?
안 읽어봐서 모르겠음
코맥 매카시 문체는 언제 읽어도 지리네... 노나없조차 원문으로 읽기 힘들어하는 나로서는 원문으로 읽히는 맛이 어떤지 궁금할 따름.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