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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밌게 잘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 쯤에 감성 터지더라.

대충 세계관은 근미래로 서빙로봇 점원로봇 기수로봇 등등 위험하거나 단순한 일은 로봇이 들어오면서 일자리 뺐는 세계관이다. 콜리라는 기수 로봇은 언어학습로봇 칩이 섞여서 감수성이 이상한 사람같은 로봇임. 투데이라는 말과 파트너로 경마장에서 에이스 팀이었는데 투데이의 연골이 다 닳아서 제대로 못뛰고 안락사 당할위기에 처한다. 로봇 콜리와 여고딩 주인공이 투데이를 구해내려는 성장소설임.

전형적인 k-감수성 소설이다. 소방관 아버지가 일찍돌아가서 애비없는 세모녀가 나온다. 엄마는 여배우출신이지만 화재사고로 얼굴을 다치고 소방관이랑 결혼했지만 남편이 일찍죽어 식당일한다. 언니는 소아마비라 휠체어탄 장애인이고 학교에서 큰 상처를 얻어 자퇴하고 인근 경마장만 기웃거린다. 우리 여고딩 주인공은 로봇를 다루는데 굉장한 재능이 있고 로봇학과에 가고싶어하지만 가정환경이 안좋아서 반쯤 꿈을 포기하고 어머니가 장애인인 언니만 챙겨 가족과 서먹서먹하다.

여고딩 주인공이 경마장에서 낙마해  망가져 폐기처분 예정인 콜리를 빼돌려 집에 가져온다. 콜리가 여고딩 주인공에게 투데이 말을 살려달라고 부탁하면서 여러 사건을 겪고 세 모녀가 로봇 콜리와 투데이 말을 통해 친구도 사귀고 사건도 벌이고 소통도 하면서 여러모로 성장하는 성장소설이다.

사람들은 너무나 아픈 기억이 있으면 거기에 매몰되어 마치 시간이 멈춘듯 살아가는데, 과거를 잊고 시간을 다시 돌리기 위한것은 행복이라며 지금 현재 행복해지기 위해 달려야한다.

말장난에 불과하지만 작품속에서 투데이가 연골이 다닳아빠진 무릎으로 고통을 이겨내며 달릴때 행복해한다. 그리고 스포라 말은 못하지만 행복과 함께 누군가에 희생이 있는법.

장점을 이야기하면 문장도 무난하고 감성도 좋고 스토리도 기승전결 딱떨어지고 마무리도 깔끔하다. 주인공이 정해져 있다기보다 주인공 시점을 골고루 돌려가며 지루하지도 않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딱 대상탄 청소년 성장소설 퀄리티다.

단점은 sf스킨 씌운 k-감수성 소설이라 과학적인? 맛이 안난다. Sf 기대했으면 실망할거다. 걍 소재가 로봇일 뿐이지. 근데 페미 동물보호 장애인 인권을 굳이 sf소설에서도 봐야하나 현타가 온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넘어 도서관에 입고되는 한국 sf소설에 동성애 장애인 동물보호 같은게 덕지덕지 묻어난다.

한국 SF 소설 읽고 싶어서 천개의 파랑, 무한의 책, 총통각하 읽었는데 뭐 각자의 맛이 있었습니다. 천개의 파랑은 pc범벅 k-감수성 소설이지만 나름 퀄리티는 있습니다. 총통각하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무색무취 소설이었습니다.
무한의 책은 5월 광주사태와 연관된 정신나간 타임슬립 소설인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도롱뇽과의 전쟁, 도구라 마구라 같은 흔치 않은 타입의 소설입니다. 블로그, 신문기사, 바티칸시국 비밀문서, 경찰서 녹취록, 위성 gps 기록, 관공서 문헌, 이웃들 증언 등등 수많은 매체를 추리소설처럼 나열하고 믿을수 없는 정신병자 화자를 앞세워 진실은 무엇인가? 진실이 있기는 한건가? 끊임없는 의심과 혼란속에 광주사태라는 역사적 사건과 타입슬립이라는 쉽지않은 sf 구조를 집어 넣어서 재밌기도 하고 한국소설에서 참 신기한 소설 나왔다 생각했습니다.